275명의 이라크 제헌의원을 뽑는 총선을 사흘 앞둔 27일, 바그다드 중심가에서 한 남자가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들이 붙은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바그다드/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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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의회 의원 275명 뽑아
저항세력 위협속 참여 낮을듯
미군 점령 22개월 만에 이라크에서 제헌의회 의원들을 뽑는 총선이 30일 치러진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번 선거에서 뽑힐 제헌의원 275명은 이슬람의 소임, 쿠르드족 문제, 유전 관할권 등 이라크의 미래를 결정지을 영구헌법을 제정하고, 정부를 만드는 중요한 책임을 맡게 된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총선이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비밀선거’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운동은 지난달 15일 시작됐지만 7421명의 후보 명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다 27일에야 이라크 신문을 통해 공개됐으며, 5천여곳 투표소들의 구체적 위치도 안전을 이유로 막판까지 일반에 알리지 않았다. 정당(연합)을 대표하는 극소수의 유력 후보들만이 중무장한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서 최소한의 선거운동을 했을 뿐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거리에는 오히려 정적이 감돌고 있다. 후보들과 선거요원, 투표소가 저항세력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술 등에서는 저항세력의 위협으로 선거관리 요원 전원이 사퇴했다. 27일에도 북부 키르쿠크에서 투표소로 지정된 학교 3곳이 공격을 받고,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무장단체라고 자칭하는 세력들이 후보를 납치해 살해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2003년 이라크에 파견됐다 살해된 세르지오 비엥라 드 멜로 유엔특사의 보좌관이었던 살림 론은 27일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기고에서 “점령군이 주둔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은 접어두더라도 후보들이 이름과 얼굴을 비밀에 부치고 사무실 안에서 숨어지내는 이번 선거는 어떤 민주국이나 독립적인 국제선거기구에서도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는 선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악화되는 치안과 생활에 지친 유권자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바그다드의 사드르시티에 사는 컴퓨터 엔지니어 알리 자셈은 <로이터통신>에 “전기도, 수돗물도 다 끊겼다. 우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조건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리에게 투표를 하라고 한다”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거에서는 ‘누가 이길 것이냐’가 중요하지만 이라크 총선에서는 ‘누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 것이냐’가 중요해졌다. 인구의 60%가 넘는 시아파들의 지지를 받는 통일이라크연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수니파 주요 정당들은 선거불참을 선언했고, 저항세력들은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도 이라크 전역 18개주 가운데 바그다드와 살라앗딘주(티크리트) 안바르주(팔루자) 니나와주(모술) 등 4개주에선 치안불안 때문에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라크 인구의 40~45%가 살고 있는 이들 지역 주민들은 투표를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부시 행정부는 선거를 연기한다면 그나마 미국에 협조적인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반발을 살 것을 우려해 선거를 강행했지만, 수니파들이 대거 불참한다면 선거 뒤에도 총선의 합법성 논란과 종파 갈등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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