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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16:50 수정 : 2005.01.30 16:50

최근 연금제도 개혁은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되었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개혁과 근로자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골격이 거의 확정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미국에서도 사회보장체제의 개혁, 즉 사실상 사회보장체제의 민영화가 최우선적인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사회보장체제(사회보장신탁기금)는 일종의 공적 기초연금이다. 이 공적 기초연금제도는 뉴딜 이후 몇차례 손질을 거쳐 현 제도에 이르고 있지만 이 제도의 핵심적 원리는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우선 미국의 공적 기초연금은 젊은 세대가 노후세대를 일정하게 부양한다는 세대 간 상호부조와 세대간 형평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즉 젊은 세대가 자기 임금의 일정 비율을 사회보장세로 내면 연방정부가 이 사회보장세를 재원으로 해 노후세대의 연금급여를 지급한다. 둘째, 사회보장신탁기금에서 연금급여를 지급하고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연방정부가 미국 국채에 일괄 운용하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운용하는 것이 처음부터 금지되었다.

부시 행정부가 집권 2기를 맞이하면서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것은 70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이 공적 기초연금의 근본적 틀을 허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가입자의 판단에 따라 사회보장세의 일부를 개인계정에 적립하도록 함으로써 개인계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이 개인계정에 적립된 기금을 주식투자에 운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런 개혁에 착수하게 된 데에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할 2010년 전후로 연금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고 연금재정 적자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는 연금재정 적자에 대한 과잉우려에서 나온 매우 위험한 시도라는 느낌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왜냐하면 사회보장수탁자 보고서나 미 의회예산국 등이 현행 사회보장제도가 아무런 개혁 없이도 2040~2050년까지 연금급여를 지불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회보장제도 민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개혁은 두 가지 점에서 이전의 사회보장제도와 크게 다르다. 첫째, 세대 간 상호부조와 세대 간 형평원리를 폐기하는 대신 소유자로서의 개인적 이해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둘째, 개인계정에 한해 주식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에 금융수익성 논리를 명시적으로 도입하였다는 점이다. 이로써 8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금융화=주주가치 극대화 논리가 더욱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금개혁이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최대 수혜자는 서민들의 연금저축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막대한 수익을 챙기려는 월가 세력임이 너무 자명하다. 사실 이들과 깊은 연계를 갖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연금급여 삭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우려하여 이 사회보장체제 민영화안에 노골적으로 찬성하기는 어렵지만 내심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창환/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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