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뒤 처음 선거가 치러진 30일, 남부 도시 바스라의 한 투표소 앞에서 주권을 행사하러 온 시민이 위험물질을 갖고 있지나 않은지 검사부터 받고 있다. 바스라/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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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실시 안팎 수니파 낮은 투표율은 종파갈등 ‘불씨’
팔루자선 저항세력 공격에 “1명만 투표”
쿠르드족 “자치권 확대기회” 적극 참여 [6판] 30일 미국의 이라크 점령 22개월 만에 5200여개 투표소가 설치된 가운데 치러진 이라크 총선은 저항세력의 산발적인 공격이 이어지며 유혈사태로 얼룩졌으나, 시아파와 쿠르드 지역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며 상당한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티크리트, 팔루자 등 수니파 밀집지역에서는 미군 점령에 반발하거나 저항세력의 살해 위협을 두려워한 유권자들이 투표에 나서기를 꺼려 ‘유령의 도시’처럼 한산했다. ◇…이번 선거는 이라크 현대사 85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를 지배세력으로 부상시킬 것으로 확실시된다. 사담 후세인 통치시절 시아파 반정부 세력은 무자비한 탄압을 받았고, 일부는 이웃 시아파 국가 이란으로 망명해 지원을 받았다. 30일 남부 시아파 도시인 바스라의 초등학교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는 주변에 경찰 저격수들이 배치되고 무장 병력이 둘러싸 마치 요새처럼 보였지만, 주민들은 이런 조처들을 반기며 투표소 앞에 긴줄로 늘어섰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많은 시아파들은 이라크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후원하는 시아파 정당연합 통일이라크연맹의 기호 169번을 찍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더 세속적인 통치를 선호하는 시아파들은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리스트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중인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의 에르빌에서는 쿠르드족의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아내, 누나와 함께 투표소에 나온 아카르 아자드(19)는 “이 투표는 우리가 이제 자유로워졌음을 보여준다”고 <에이피통신>에 말했다. 쿠르드족들은 이번 선거가 자신들의 자치권을 확대할 기회로 보고 있으며, 대통령이나 총리 중 한자리는 쿠르드족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크리트, 팔루자, 바이지 등 수니파 거주 지역에서는 선거에 참여하는 발걸음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로이터통신> <알 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북부 바이지와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 등에서는 선거가 시작된 뒤 몇시간 동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라크 선관위 대변인은 “분쟁지역인 라티피야, 마흐무디야, 유수피야의 투표소를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흐무디야에서는 거리에 돌아다니는 유일한 차량인 병원 응급차에서 “투표 참여는 국민의 의무”라는 구호가 울려퍼졌지만 아무도 투표소를 찾지 않았으며, 팔루자에서는 오직 한명만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알 자지라>가 전했다. 수니파들의 낮은 투표율은 이후 종파, 민족간 갈등을 확산시킬 소지를 남겼다.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임시정부 대통령은 30일 이른 아침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철통같은 경계가 펼쳐진 바그다드 안전지대(그린존) 안의 선거본부에서 한표를 행사한 뒤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모든 이라크인들이 나처럼 한표를 행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알라위 총리도 투표를 마치고 “이라크인들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게 됐다”고 평가했으며, 최다득표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일이라크연맹의 주요 후보인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은 “신의 뜻으로 선거는 제대로 치러질 것이며,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누구 뽑고 실시 어떻게 헌번초안 마련할 재헌의원 선출
이중투표 막으려 손에 잉크표시 30일 실시된 이라크 총선은 미국의 점령과 후세인 통치 붕괴 뒤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이며 1954년 이후 이라크의 첫 다당제 선거다. ◇누구를 뽑나 =275명의 제헌의회 의원(여성 할당 25%)과 18개주 지방의회 및 111석의 쿠르드 자치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제헌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구실은 이슬람의 역할, 쿠르드족의 위상, 유전 관할권 등 중요한 내용들을 담을 이라크 헌법초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올해 8월15일까지 초안을 마련하고, 10월15일까지 공표한 뒤 국민투표에 부친다. 헌법안이 통과되면 새 헌법에 따라 12월15일까지 총선거를 실시해 새 정부를 구성하게 되지만, 부결되면 제헌의회는 해산되고 다시 헌법안 마련을 위한 의회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제헌의회는 또 임시정부를 대체하는 새로운 과도정부도 구성한다. ◇후보와 유권자 =256개의 정당 또는 개인들이 등록했으나 대부분 연합체를 구성해 111개 후보 명단을 제출했으며, 전체 후보는 7421명이다. 전국을 단일한 선거구로 묶어 유권자들이 개인이 아닌 후보 명단에 대해 한표씩을 행사하고, 전국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나눈다. 이라크 시아파 주요정당이 중심이 된 통일이라크연맹,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리스트, 쿠르드족 양대 주요정당 연합인 쿠르드연맹 등이 많은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7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라크 국민 중 유권자는 만18살 이상의 1200만~1400만명 정도다. ◇투표 절차와 방법 =30일 아침 7시(한국시각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5500여곳의 투표소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제헌의회와 지방의회 의원을 선택하는 2개의 투표용지를 받았다. 쿠르드 자치지역 주민들은 자치의회 의원까지 뽑아야 하기 때문에 3장의 투표용지를 받았다. 이중투표를 막기 위해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의 손에는 지워지지 않는 푸른색 잉크가 표시됐다. 저항세력의 투표함 공격을 피하기 위해 투표 종료 즉시 각 투표소별로 개표를 시작했으며, 개표결과는 5~7일 뒤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희 기자
부시 총선결과에 정책 바뀔수도 ‘안절부절’
라이스는 “예상보다 낫다”
[6판] “이라크 총선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폭력이 이라크인들을 겁먹게 하지 못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라크 총선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몇시간 뒤 부시 대통령은 스티븐 해들리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바그다드 중심부의 미국 대사관이 저항세력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아야 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라크 총선에 대한 부시 행정부 평가는 일단 “예상보다는 낫다”는 쪽이다. 총선이 이라크 폭력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으리란 희망은 이미 사라졌다. 부시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서 솔직하게 이걸 인정했다.
다만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총선을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새로운 신호라면서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30일 아침 <에이비시방송>에 출연해 “이라크 선거가 완벽하진 않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다”고 평가했다.
부시 행정부는 총선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주말인데도 캠프데이비드 산장에 가지 않고 백악관에 머물며 이라크 상황을 보고받았다.
총선 결과는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을 재점검하는 기본 토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내 정치에 주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부시 대통령은 미군의 조기 철수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총선 결과는 미국내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총선은 단지 이라크뿐 아니라 미국 대외정책 그리고 부시 2기 행정부의 정치적 운명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예측이다. 6g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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