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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22:13 수정 : 2005.01.30 22:13

우여곡절 끝에 총선을 치른 이라크 임시정부와 2천600만 국민들에게는 선거보다 더 어려운 정치적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주도한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총선이 전후 안정화와 민주화의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전의 악몽을 예고하는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대다수 아랍 분석가들은 1.30 총선이 자주국가 건설을 향한 험로의 첫 걸음에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 국민들은 사담 후세인 30년 독재의 공포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민주주의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까지는 더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총선은 미군 점령 하의 과도통치법과 유엔안보리 결의 1546호에 명시된 정치일정에 따라 실시됐다.

수니파는 이를 근거로 총선이 점령상황의 고착화를 의도한 것이라며 정통성을 부인하고 보이콧을 주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은 종료됐고, 앞으로 구성되는 제헌의회 앞에는 국운을결정할 막중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제헌의회 의원들은 연내에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헌법제정은 물론 과도정부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 실질적인 최고권력자인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제헌의회는 8월 15일까지 헌법초안을 만들어 10월 15일까지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며 12월 15일 이전에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연내에 새로 구성된 의회는 12월 31일까지 정통성을 갖춘 정부를 구성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까지의 심각한 국론분열과 폭력상황을 감안할때 연말까지 국민투표와 총선을 다시 치른다는 것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악몽의 시나리오다.

그 과정에서 폭력 저항이 격화할 수 있고, 언제든지 국가 분열의 위기가 돌발할수 있다.

새 정부 구성을 놓고 총선의 승자인 시아파와 패자인 수니파의 흥정이 예상되지만 사상 첫 시아파 정권과 시아파가 지배하는 의회의 출범은 선거 전부터 정해진 코스였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정통성 확보에 필요한 투표율에 관심이 쏠리긴 했지만각 정파나 종파의 득표율은 별 의미가 없다.

앞으로 7∼10일 후 공식 발표될 총선 결과가 어떻든 이라크 새 정부와 그 후견국인 미국과 영국이 풀어야할 과제들은 분명하다.

먼저 현재의 무법상황을 종식시키고 법치의 틀을 완성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위해 저항세력과의 소모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라크 군ㆍ경을 육성해 정예화하는것이다.

그런다음 저항세력에 공격 빌미를 제공해온 다국적군의 철수를 앞당기는 일이남아있다.

점령 고착화 의심을 받고있는 다국적군이 조속히 이라크에서 떠나기 위해치안군의 정예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또 헌법기초와 새 정부 구성 등 이라크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수니파의 참여를유도하려면 적어도 대강의 미군 철수 일정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수니파는 점령과폭력상황이 종식되지 않았다며 선거연기를 요구했지만 임시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수니파의 대거 불참으로 선거는 미완성 민주주의 실험으로 끝났지만 수니파는향후 헌법기초 등 정치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있다.

미군 철수 일정 제시 등 수니파의 참여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이슬람성직자협회 등 영향력있는 수니 무슬림 단체들을 정치과정에 흡수하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새로 탄생하는 이라크의 정체성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집권세력이 된 시아파가 이란식 신정체제를 도입하려 할 경우 그 반발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미국은 물론 주변 아랍국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상황이다.

시아파 최대 정파 `유나이티드 이라크연맹'의 정신적 후원자인 아야툴라 알리알-시스타니는 이란식 신정체제 도입 가능성을 누차 부인했다.

그러나 시아 지배세력이 이를 시도할 경우, 레바논식 `모자이크 국가'로 분열이 불가피해진다.

이라크국민회의의 아흐마드 찰라비 의장을 비롯한 시아파 지도자들이 벌써부터시아파 거점인 남부지역의 분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제한된 자치를 누리고 있는 쿠르드족의 완전 분리독립 요구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이라크가 단일 통합국가로 존속할 수 있을지, 3개 연방제 또는 국가분열이라는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지 그 윤곽이 연내에 드러날 것이다.

치안과 정치의 안정이야말로 전쟁으로 망가진 국가를 재건하는 지름길이다.

국가 전략 산업인 원유시설을 정비하고 전력과 상수도, 학교, 병원 등 기간시설도 복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을 고통에서 구하는 길은 고용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논쟁이 남아있다.

이라크와 미국, 영국 뿐 아니라 아랍권과 전세계가 참여하는 토론장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아랍 지식인들을 지적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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