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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23:52 수정 : 2005.01.30 23:52

유혈 폭력 속에 치러진 1.30 이라크 총선은이라크 현대사상 85년만에 처음으로 시아 무슬림을 지배세력으로 부상시켰다.

1920년 영국에 의해 이라크가 세워진 이래 시아파가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기는 처음이다.

시아파 양대 정당과 군소정당들이 결성한 `유나이티드 이라크 연맹(UIA)'은 이번 총선 공식 개표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수니파의 대거 불참과 저항세력의 선거방해 폭력으로 일찍이 예상됐던 결과지만 이라크 수니 이슬람 사회는 물론 주변 수니 아랍국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있다.

시아파는 이라크 전체 2천600만 인구의 60-65%를 차지하면서도 인구에 비례하는정치적 위상을 인정받지 못했다.

사담 후세인 통치시절 시아파 반정부 세력은 무자비한 탄압을 받았고, 이 때문에 일부는 이란 시아파 정권의 지원을 모색했다.

압델 아지즈 알-하킴이 이끄는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와 이브라힘알-자파리 부통령의 이슬람다와당이 시아파 양대 정당이다.

SCIRI는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1982년 이란에 동조하는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이 이란에서 결성했다.


이라크에서 가장 오래된 시아파 정당인 다와당은 1957년 아야툴라 모하마드 바크르 알-사드르가 나자프에서 결성했다.

후세인 통치시절 당원들이 정부의 탄압을받자 다와당은 지하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2003년 3월 미-영 연합군의 공격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시아파는전후 권력 공백을 틈타 재빠르게 정치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후세인의 세속 바트당 정권 붕괴 후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한 정당과 단체들 가운데 대부분이 시아파 단체들이다.

시아파 종교 지도부인 `알-하우자 알-일미야'는 전쟁 후 이라크 인구의 60% 이상을 대표하는 `그림자 정부' 역할을 했다.

총선 후 지배세력으로 부상한 시아파 정당들은 총리와 대통령, 부통령 등 요직배분은 물론 헌법 기초작업에 수니파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수니파 지도자들도 점령상황에서 치러진 총선에는 불참했지만 새 정부 구성과헌법 기초작업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연말 주권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정부와 의회를 이끌 실세는 시아파 지도자들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새 총리 후보자들인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나 알-하킴, 자파리 부통령 등이 모두 시아파 지도자들이다.

시아파의 총선 승리가 시아파 국가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무와파크 알-루바이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12월 31일까지 존속할 과도정부는시아파 지배 정권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가 수니파를 상당 부분 참여시킨거국 연립정권 성격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무와파크 보좌관은 이란식 신정체제 등장 가능성에 대한우려를 의식, "이라크에 시아 국가나 종교 국가를 세울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종교는 강력한 역할을 하되 `감독 역할'이 아닌 `자문 역할'에 국한될 것이라고 그는설명했다.

알라위 총리나 시아파 최고 성직자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도 지금까지 이란식 신정체제 도입 가능성을 배제해왔다.

시아파 지도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앞서 2002년 7월 `이라크 시아파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연방주의, 사회 공동체 권리 등 3가지 기본원칙에 입각해 미래를 설계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시아파가 지배하는 제헌의회가 헌법을 기초하는 과정에서 아랍 정체성의유지문제가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제헌의회는 이슬람의 역할과 단일 통합국가 존속 여부에 관한 총의를 모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시아파가 수의 우세를 이용해 이슬람의 정치적 역할을 확대하려 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연방 분할을 시도할 경우 최악의 내전으로 치닫게 된다.

이라크 혼란의 장기화나 신정체제의 등장은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르단, 시리아,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 주변 수니 국가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최근 이란과 이라크에서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의 형성을 경고했다.

지난 연말 열린 걸프협력협의회(GCC) 정상회의에서도 역내 지도자들은 이라크에시아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이란의 팽창주의 야욕이 노골화하고 수니 아랍권 내 소수 시아파의 영향력 확대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걸프 국가들은 이라크가결국 시아 무슬림 지배에 들어감에 따라 시아파의 팽창을 막아온 `방파제'가 무너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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