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4 18:32
수정 : 2005.01.04 18:32
“부자나라 인색” 지원금 끌어내
“부자나라들이 재난구호 지원에 인색하다”
남아시아 해일 참사가 일어난 뒤 거침없는 말투로 부자나라들을 지목하며 나눔정신을 강조하고, 피해지역에 대한 유엔의 구호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얀 에옐란 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에게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의 “인색하다”는 발언에 발끈해 “대단히 잘못 알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이를 계기로 지원액을 점점 늘려 마침내 3억5천만달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에옐란은 자신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라며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텔레비전 방송국 기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노르웨이 외교관으로 활동한 에옐란은 외무차관이던 19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오슬로 평화협정의 막후 실무역할을 했고, 1996년에는 과테말라 정부와 반군 게릴라 사이의 협상에서 주역을 맡았다. 97년에는 노르웨이 정부 대표단장으로 지뢰금지에 관한 오타와 협약을 이끌어냈다.
노르웨이 적십자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던 2003년 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으로 임명된 뒤에는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우간다 북부와 수단 다르푸르 등 분쟁지역에 국제적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주력했다.
에옐란은 유엔이 이라크 전쟁, 석유-식량계획 스캔들 때문에 불편해진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인색” 발언이 또다시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자 당황한 듯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며 논란을 촉발시키려 한 것도 아니다”라고 진화작업에 나서면서 자신은 “그저 이 세계의 ‘불편한 양심’을 대변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까지 약속받은 해일피해 지원액이 2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이는 지난 한해동안 20여개국의 재난 지원을 위해 모금된 액수와 같다. 지난해, 재작년과 달리 올해는 국제사회가 자연재해나 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너그러움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유엔본부/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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