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국인 어학연수생 살인범에 무기징역

2002년 7월 영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어학연수생 신모(당시 26세.여)씨 살해사건이 2년 6개월여에 이르는 지루한 재판 끝에 살인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영국 윈체스터형사법원은 3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이 내려진 모로코계 영국인 오마르 벤귀트(32)에게 최단 수형기간을 20년으로 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사건발생 당시 신씨는 한국인 어학연수생들이 몰리는 잉글랜드 남부 해변휴양지본머스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비자 잔류기간을 이용해 호텔에서 일하고 있었으며심야 귀가 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고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영국 경찰은 인근 불량배들이 신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보고 피습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벤귀트를 구속, 기소했으나 유죄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유죄 평결을 끌어내는 데 애로를 겪었다.

배심원단은 1차 재판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평결을 내리기를 거부했고 2004년 속개된 2차 재판에서는 벤귀트의 변호인들이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인신을 장기구속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석방심리를 신청, 사건이 영구 미제사건으로 끝날지도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재판의 관건은 “벤귀트가 한국 여자를 살해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것을 들었다”는 한 매춘부의 증언을 인정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었다.

경찰은 증언이 구체적이고 사건의 정황과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주장했으나 벤귀트의 변호인은 유일한 증인이 매춘부이자 마약중독자임을 들어 증거의 효력을 부인했다.

주영한국대사관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증인이 비록 마약중독자이며 매춘부라하더라도 증인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그 진술과 판단은 공정하게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윈체스터형사법원은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리지 못해 재판이 장기화하자 외국인인 유가족들은 물론 영국 사회 전체의 정의실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새로운 배심원단을 구성해 3차 재판을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결국 배심원단은 유죄평결을 내렸다.

영국 형사심리 역사상 3차에 걸친 재판을 통해 평결에 이른 경우는 이번을 포함해 단 5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