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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4 20:52 수정 : 2005.01.04 20:52

지진·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인도양 연안 일대의 남아시아 이웃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한겨레>는 2000년 9월 서구 중심의 외신보도를 극복하고자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주도로 아시아 20여개국 기자들과 민주화 운동가들이 모여 결성한 <아시아네트워크>를 통해 현지의 생생한 소식을 몇차례 나눠 싣는다.

스리랑카

북동부 곳곳 고립·남동부 홍수 겹쳐
사망자 6만여명…전염병 급속 확산

남아시아 해일로 인한 스리랑카의 사망자의 수가 6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군이 장악해온 북동부 지역에서는 고립된 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은 데다 동부 지역에서는 설사병, 티푸스 등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등 피해자들이 겹겹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콜롬보 정부와 휴전 중인 타밀족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 관계자는 4일 이번 해일로 스리랑카 북동부 지역에서 2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2만명이 실종되었다며, 이 가운데 반군 장악지역에 사망·실종자만 각각 5천명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동부에는 아직까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고립된 마을이 많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스리랑카 정부가 3일 발표한 사망자 4만6천명, 실종자 5천2백명이라는 숫자도 더욱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이 몰고온 국지성 호우로 홍수가 발생해 대규모 전염병이 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구호활동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해일로 도시가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한 남동부 암파라시에선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피해자들에게 식량 등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절망적인 상황은 삶의 의욕마저 꺾고 있다. 남부 마타라시의 병원 관계자는 가족과 집을 모두 잃은 사람들의 자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자살 기도를 한 환자가 5명이나 들어왔다”며 “이들에게는 물질적 구호 만큼이나 정신적인 상처의 치유가 절실하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전염병 또한 심각한 문제다. 세계보건기구가 대규모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동부 지역의 의료 관계자들은 이미 설사병, 간염, 티푸스 등의 돌림병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밀반군 장악지역인 북동부 외에 남부의 일부 지역도 아직까지 외부 구호단체의 손길이 닿지 않는 등 스리랑카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단체가 정부보다 먼저 도착해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다음주부터 시작되야 할 개학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학교들은 대부분 이재민들의 대피소로 쓰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들을 옮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콜롬보/사마두 위라와르네 <아일랜드> 기자, 서수민 기자


인도

자국민 폐허속 아우성인데…
“타국 돕겠다” 기이한 현상

이번 해일로 인도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는 인도 정부 발표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인도 정부는 현재까지 947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생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5796명으로 집계된 실종자들이 살아서 발견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으며, 정부는 사망자 규모를 올려 잡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가 현황 파악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남부의 안다만과 니코바르 제도다. 약 1120㎢에 걸쳐 펼쳐진 이들 섬은 8천여명이 숨진 남부 타밀나두주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안다만·니코바르 섬의 확인된 사망자수는 818명에 불과하지만, 이 숫자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실종자 5681명도 대부분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

안다만·니코바르 제도 일대는 섬 전체가 해일에 휩쓸려 주검을 찾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도 공군조차 이 지역의 기지 한 곳에서 병사 2천명을 잃었다. 산호초로 이뤄진 안다만·니코바르 열도 지역은 진귀한 식물들이 보고를 이룬 예민한 환경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일로 토양이 유실되고 염분이 침투해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경작이 불가능할 것이다.

안다만·니코바르 지역은 또한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가운데 유목적 생활양식을 유지하거나 사냥·어획을 하며 살아가는 6개 부족의 삶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유전자를 갖고 있어 인류의 초기 문명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줄만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 중 일부는 이번 해일로 역사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옹게, 자라와, 그레이트 안다마니스 부족 등은 부족 전체가 고작 50~15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구호의 손길이 일부 지역으로만 집중되고, 복구가 극도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이 자명해지고 있다. 인도 정부 공식집계를 보면, 64만1072명이 안전지역으로 대피했으며 이와 별도로 38만4956명이 모두 560개의 난민캠프에 수용돼 있다.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폐허가 된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단일지역에서 6천명이 목숨을 잃어 가장 큰 피해를 기록한 타밀나두의 나카파티남 지역 등에서는 주민의 한 세대가 사실상 사라졌다. 10만여채의 가옥이 유실된 상황이어서, 사회간접자본 복구작업은 엄청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인도 정부는 다른 나라의 원조와 구호 요청을 거부하며, 동시에 스리랑카·몰디브·인도네시아 등 피해를 입은 이웃 나라에 도움을 주겠다고 자청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정부는 인도네시아에 구호선 2척을 파견했으며, 스리랑카에는 1천명의 구호인력을 유엔을 거치지 않고 미국과 공동으로 파견했다.

왜 인도는 자국민에게는 충분한 물자와 구호인력을 파견하지 않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는 인도적인 이유보다 정치적인 이유가 훨씬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다만·니코바르 제도의 생존자들은 지연된 구조 작업과 부족한 물자 배급에 항의하며 현지 고위관료와 경찰 관계자들을 납치하기도 했다. 프라풀 비드와이/<타임스 오브 인디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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