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인니 정부군-반군 협력 약속
구호품 분배싸고 상황 악화 가능성도 수십년 동안 끔찍한 내전을 겪어온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해일은 정부와 반군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습격했고, 반군들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의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20년 넘게 다수민족인 싱할리족 정부에 맞서 타밀족의 독립을 주장하며 무장투쟁을 벌인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는 정부와 협조하겠다고 다짐하며 ‘관할지역’을 처음으로 개방했고, 아체의 자유아체운동(GAM)은 휴전을 선언했다. 해일의 비극이 이 지역의 정치, 사회적 지형을 바꿀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3일 반군이 사실상 통치해온 스리랑카 북동부 현지취재 기사에서 총알자국이 선명한 건물 앞에서 얼마전까지 적군으로 싸웠던 정부 관료들과 타밀반군들이 함께 마주않자 구호물자 배분과 생존자 구출작업을 의논하고 있으며 이는 이번 참사가 가져온 커다란 변화라고 전했다. 곳곳에서는 반군과 정부군이 함께 건물과 도로를 복구하고 있고, 정부쪽 병원들도 부상당한 반군 관계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싹에도 수십년의 원한은 여전히 긴장을 자아내고 있으며 구호작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타밀반군 지도부는 반군과 협력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정치선전일 뿐이며 실제로는 반군 지역으로 오는 원조물자 수송을 막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고, 정부는 반군 지역에 더 많은 원조를 하고 있으며, 반군이 난민촌에 불을 질렀다고 반박한다. 〈비비시〉는 3일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구호기금이 직접 반군들에게 가는 것을 꺼리고 있고, 반군은 정부가 구호 명분으로 힘들게 싸워 얻은 ‘영토’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않고 있다며, 구호기금이 공평하게 분배된다면 화해의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진앙에서 가까워 가장 큰 피해를 겪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아체주에서는 정부군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오히려 자유아체운동 반군들을 소탕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반군에 동조하는 주민들에게는 원조물자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인도네시아군이 지난 1일 “반군들이 구호품을 실은 군차량 행렬을 매복공격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반군 3명을 사살하고 5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체운동의 바크티아르 압둘라 대변인은 “정부가 해일 참사 이후 반군들을 소탕하기 위해 구호작업으로 위장해 수많은 병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난민촌의 반군 동조자들은 학대와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군 대변인 아흐마드 야니 바수키 대령은 아체에 더많은 병력을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반군들이 구호작업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치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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