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치·경제득실 계산” 시선도 인도양 대지진·해일 피해국들을 돕기 위한 각국의 지원금 약속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면서 재해발생 10일만에 21억달러를 넘겼다. 그러나 단기간내에 쏟아진 사상최대 지원약속 이면에 가려진 진실에 씁씁해 하는 시각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잇속 차리기, 생색 내기, 눈치 보기=애초 3천만달러에서 5억달러로 긴급구호자금을 크게 늘려 최대 지원국가로 떠오른 일본은 원래 동·서남아 시장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유리한 환경조성에 이번 사태를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자국 피해보다는 자국 영향권인 주변국 피해 지원에 더 많은 물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 속에 미국 등 타국의 역내 피해국 지원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인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초기 대응이 미지근했던 데다 3500만달러를 내놓아 인색하다는 비판을 들었던 미국 역시 며칠만에 3억5천만달러로 증액하고, 3일에는 아버지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까지 직접 나서 민간구호기금 모금을 독려하는 등 초반에 구겼던 체면을 만회하려는 인상이 짙다. 이 지역 이슬람권에서의 이미지 개선을 통한 정치적 효과도 계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인도네시아와의 관계개선을 바라는 오스트레일리아도 특별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별 지원약속의 상위순위에 올라있는 국가들에는 이번 재난에서 많은 자국관광객들이 죽거나 실종된 유럽국가들이 특히 많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이들 지역의 식민모국이었다. 초반에 60만달러를 내놓기로 했다가 5천만달러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이나, 6천만달러로 서둘러 증액한 중국은 ‘눈치보기’의 성격이 강하다. 과거에도 많았던 ‘부도수표’=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의 로버트 스미스 대변인은 “대규모 재난에는 엄청난 지원약속이 뒤따르지만, 그 액수는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져왔다”고 지적했다. 같은 조직의 루돌프 밀러는 “각국의 지원은 이중회계로 이용되기도 한다”며 “상당부분이 인건비로 사용되거나 과거의 차관을 돌려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년 전 이란의 밤 대지진 때 11억달러의 국제지원이 약속됐지만 실제는 1750만달러만이 지원됐고, 2000년 모잠비크 대홍수 때 4억달러의 지원약속은 절반도 이행되지 않았다. 1998년 온두라스와 니카라과를 허리케인 미치가 휩쓸었을 때는 각국 정부 지원약속 35억달러, 세계은행과 통화기금 등 국제기구 지원 약속 53억달러 가운데 전달된 것은 3분의 1뿐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약속한 긴급구호자금 7억달러도 절반이 실행되지 않았으며, 부채탕감에 대한 약속도 잘 지키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해 “카메라가 돌아갈 때만 엄청난 약속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비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콩고의 경우 하루 1천명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3∼4개월이면 동부 콩고에서만 지진해일 희생자와 비슷한 규모의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며 아프리카 참상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팸의 국제국장 자스민 휘트브레드도 “또 다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할 자금이 (이번 지진해일 피해 구호자금으로) 빼돌려져선 안된다”고 말했다.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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