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2 09:56
수정 : 2018.12.0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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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H. W. 부시(왼쪽) 전 대통령과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4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기념관 헌정식에서 나란히 앉아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아버지 부시는 지난 30일 밤 94살의 일기로 눈을 감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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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기 전 아들 부시와 통화
“당신은 훌륭한 아버지였어요”라고 하자
“나도 너를 사랑한단다”고 한 뒤 숨 거둬
미국, 5일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해 국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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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H. W. 부시(왼쪽) 전 대통령과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4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기념관 헌정식에서 나란히 앉아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아버지 부시는 지난 30일 밤 94살의 일기로 눈을 감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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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를 사랑한다.”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각) 밤 94살의 일기로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나눈 대화는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였다. 그는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전 대통령이 휴스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을 지켜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이같은 전언을 1일 보도했다.
베이커 전 장관은 30일 오전 병세를 살피러 부시 전 대통령의 집을 방문했다. 그 며칠 전부터 기력이 빠져가던 부시 전 대통령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눈을 크게 뜨고는 베이커 전 장관에게 “우리 어디로 가는 거지, 베이커?”라고 물었다. 베이커 전 장관이 “천국 가는 거야”라고 말하자 부시 전 대통령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이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13시간 뒤인 그날 밤 10시10분께 부시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다.
부시 전 대통령이 숨지기 직전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스피커폰 통화가 이뤄졌다. 아들 부시는 “당신은 훌륭한 아버지(wonderful dad)였어요”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버지는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베이커 전 장관은 <뉴욕 타임스>에 “가슴이 북받쳐서 말하기도 어렵다”며 마지막 순간을 회상하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그렇게 온화한 마지막이었다. 그는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부인인 바바라 여사가 먼저 세상을 뜬 뒤에도 친구들에게 ‘아직 죽을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었다고 한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걷거나 말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여름 가족들이 있는 메인주의 켄네벙크포트에 머물다가 가을에 휴스턴으로 온 뒤부터 기력이 빠졌다고 한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까지 음식을 먹지 않고 있었고, 의료진에게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다 30일 아침에는 평소 좋아하던 반숙 계란과 요거트를 먹어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가 기운을 회복했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밤 베이커 전 장관은 저녁 약속을 마친 뒤 집으로 가는 길에 부시 전 대통령 가족들로부터 급히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임종 전에는 테너 성악가인 로넌 타이넌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고요한 밤’을 불러줬고, 부시 전 대통령도 입으로 따라하는 모습이었다고 베이커 전 장관이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오는 5일 국장으로 치러진다. 미국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현재 안치된 텍사스주에서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거쳐 워싱턴에 3일 도착할 예정이며 당일 오후 5시 의회에서 도착 행사가 열린다. 일반 국민에게는 3일 오후 7시30분부터 5일 오전 7시까지 공개돼 조문을 받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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