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2 15:43
수정 : 2018.12.0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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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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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밀고 당기기 결과 공동성명 도출
무역전쟁·기후변화, 전년과 같거나 오히려 후퇴
‘G7·APEC 이어 또 공동성명 없으면 안 된다’
트럼프의 배짱 전술에 타협, 공허한 내용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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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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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승리인가, 모두의 패배인가.
무역전쟁, 기후변화, 난민, 신냉전 등 난제를 앞에 두고 만난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공동성명을 내어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 해법이나 강력한 의지는 엿보이지 않고 표현의 절충과 미봉에 그쳤다.
큰 주제는 무역갈등과 기후변화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서유럽과 중국 등 ‘나머지 세계’와 대치하는 사안들이다. 다수가 보호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 천명을 기대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다자무역 체제의 공헌을 인식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엔 “모든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비롯한 보호주의와의 싸움을 계속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대신 올해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타협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요구로 ‘보호주의 반대’가 빠지고, 중국 때문에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지적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유럽이 미-중을 중재한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을 빼고는 보호주의에 대한 반대가 강해, 공동성명 내용은 미국의 승리에 가깝다. 세계무역기구 개혁도 미국이 요구해왔다.
기후변화는 지난해와 별로 다르지 않다. 공동성명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은 “불가역적”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협정 탈퇴를 재확인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모든 에너지원과 기술을 사용해 경제 성장과 에너지 접근권, 안보를 추구한다는 강력한 공약에 전념할 것임을 확언한다”는 대목이 들어갔다. 미국이 자국 경제와 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이 대목도 지난해보다 후퇴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수적 열세에도 양보를 얻어내고 자국 입장을 명시하게 만든 배경에는 ‘이번에도 공동성명 없이 갈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 6월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주의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인식에 반발하면서 공동성명이 나오지 못했다. 지난달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미-중 의견 차이로 공동성명 없이 끝났다.
이번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율 과정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최국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가장 개방된 경제인 미국은 구속당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제들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거의 내놓지 못한 회의 결과는 세계 총생산의 85%, 무역의 75%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효용에 의문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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