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2 02:11
수정 : 2019.02.22 19:50
-미 당국자, 2차 북-미 정상회담 브리핑-
비건 특별대표의 스탠퍼드대 강연 환기하면서
“비핵화 개념, 대량파괴무기 동결, 로드맵 우선순위”
영변 또는 그 외 시설 동결, 정상회담 의제 가능성
“단계적 조처 아니라 신속하고 크게 움직여야”
“북한, 종국에는 마지막 단계 훨씬 전에 핵신고 해야”
“북한 비핵화 선택시 모든 인센티브 제공”
“트럼프-김정은, 27~28일 단독만남·식사·확대회담 등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과 비슷한 형식 될 것”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매우 신속하고 크게 움직여야 한다”며 우선순위로 “대량파괴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언급했다.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북한 대량파괴무기와 미사일 동결이 다뤄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1일(현지시각)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컨퍼런스콜 브리핑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제시한 우선순위의 일부로 여러분의 관심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비건 대표는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인식 증진, 모든 대량파괴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로드맵 작성 노력을 말했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대량파괴무기와 미사일 동결을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었다. 이 당국자가 하노에서 이날 이뤄진 비건 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협상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실무협상의 의제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미국이 북한의 다른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동결을 비핵화 조처의 입구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당국자는 또 비건 대표가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동시적·병행적 조처’를 언급한 데 대해 “비건 대표는 ‘단계적 조처’(스텝 바이 스텝)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매우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고 매우 크게 움직여야 한다”며 “우리는 점진적 조처를 이 과정의 핵심 추동력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국에는 우리는 비핵화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 완전한 (핵) 신고가 필요하다”며 “그게 비핵화 과정 종료에 앞서 충분히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이 비핵화하기로 결정했는지 아직 모르지만 비핵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이라며 “비핵화 개념에 대해서도 북한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미 행정부가 뒤로 물러섰다’는 국내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서두를 것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그것은 북한이 어느 시점에 (비핵화라는) 올바른 선택을 하고 미국은 그렇게 하도록 모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을 우리가 인식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 도착할 때까지 긴밀한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김혁철 실무협상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제가 아니라고 재확인했다.
한편, 다른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과 28일에 만나 완전한 의제들을 다룰 일정을 갖고 있다”며 “정확한 형식은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나올 것이지만,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본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정상이 1대 1로 만나는 단독 만남과 식사, 양쪽의 대표단이 배석하는 확대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일치기로 진행된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첫 정상회담은 오전 두 정상간 환담, 1대 1 단독회담, 확대회담, 업무 오찬 순서로 진행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첫날인 27일에는 두 정상이 환담 또는 만찬 기회를 가진 뒤 이튿날인 28일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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