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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4 14:12 수정 : 2019.02.24 22:52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런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대화 막후 조율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임무센터장 강연
김 위원장, 지난해 4월 폼페이오에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
김 센터장 “김 위원장 매력적…김정일보단 김정은과 파트너 되고파”

북 핵·미사일 실험 중단→신고·사찰→폐기→NPT 재가입 로드맵 제시
“북, 원하는 만큼 인정받으려면 좀 더 행동해야”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런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4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자녀가 평생 핵을 지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을 최종 단계로 하는 비핵화 로드맵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북-미 대화의 막후 핵심으로 활약한 인물로, 이번 발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을 차단하면서 북한에는 결단을 촉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센터장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런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한 강연에서,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전인 3월 말~4월 초 폼페이오 장관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난 경험을 얘기했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 연말 중앙정보국을 은퇴해 이 대학 방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당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알다시피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지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김 전 센터장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관계 개선 의지도 강조했다고 한다.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 발언의 뜻은 북-미가 70년 이상 적대 관계를 가져온 만큼, 그가 핵 야망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신뢰할 수 있게 북-미 양쪽이 따뜻한 관계와 믿음을 쌓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매력적”이라며 ‘좋은 협상 상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정말로 핵심을 짚어내고, 기술적으로 아주 정통하며, 긍정적 방식으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스타일은 약간 안다. 두 사람을 비교한다면 단연코 김정은 위원장과 파트너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북한 주민 모두가 핵 포기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라며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북-미의 비핵화와 상응조처에 관한 구상도 소개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핵·미사일 실험의 지속적 중단으로 시작해 △포괄적 신고 및 전문가 사찰 △핵무기·운반체·핵물질 폐기를 거쳐 2003년 탈퇴한 핵확산금지조약에 재가입하는 순서를 제시했다. 그는 신고 대상에 대해 “핵·탄도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상응조처를 경제, 정치, 안보 3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경제는 △인도적 지원 △북한 은행의 국제 거래 제한 완화 △북한 수출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합작법인 (제재) 면제를 들었다. 정치적 인센티브로는 △여행금지국 지정 해제 △연락사무소 개설 △문화 교류 개시 △김 위원장 가족과 고위 인사들의 블랙리스트 등재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를 꼽았다. 이어 △종전선언 서명 △북-미 군사 협력 △평화협정 체결 및 외교 관계 수립을 안보 분야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제재 해제는 “미국의 목표인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가시권에 노출됐을 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미국 정부는) 핵무기 생산 능력을 상당 부분 감소시킬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북한이 원하는 만큼 인정받으려면 좀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이런 내용을 “개인적 견해”라고 전제하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2년 전 우리의 입장이며, 우리가 이 입장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보기관 출신 고위 인사가 퇴직한 지 얼마 안 돼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그가 미국 정부와의 교감 아래, 북-미가 주고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그림을 펼쳐 보이며 북한에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센터장은 “협상을 제대로 한다면 이 모든 것이 달성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그것은 일보 후퇴 이보 전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 정상회담은 더 많이 갈 것으로 본다. 첫 회담보다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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