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1 16:38
수정 : 2019.04.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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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한 동굴에서 발굴된 새로운 인류 ‘호모 루소넨시스’의 위턱 쪽 치아의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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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루손섬서 치아·유골 13점 발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굽은 발가락
현생인류 등 다른 호모속과는 차이
“호모에렉투스 앞 도착한 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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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한 동굴에서 발굴된 새로운 인류 ‘호모 루소넨시스’의 위턱 쪽 치아의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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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5만~6만7000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인류 화석이 발견됐다.
프랑스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플로랑 데트루아 박사와 필립 파이퍼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 칼라오동굴 석회층에서 발굴한 치아 등 뼈 화석 13점을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 등 기존에 알려진 사람속 종들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골은 어른 2명과 아이 1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 7개, 손뼈 2개, 발뼈 3개, 넓적다리뼈 1개다. 이들을 방사성동위원소 연대 측정을 한 결과, 5만~6만7000년 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유골이 발견된 루손섬의 이름을 따 새 인류를 호모루소넨시스로 명명하고, 이를 10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호모루소넨시스가 활동한 시기는 아프리카에서 살던 호모에렉투스가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퍼져나가며 현생인류가 등장하던 시기와도 겹친다. 특이한 점은 키 121㎝가량의 이 작은 인류가 현생인류와 원시인류의 모습이 혼재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호모루소넨시스는 현생인류처럼 치아와 턱이 작고 직립보행이 가능한 동시에, 오랑우탄처럼 나무를 타는 데 좋게 발가락이 굽어 있었다. 굽은 발가락은 200만~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산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특징이기도 하다. 진화 과정에서 섬에 고립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원시적 특징이 다시 생겨났을 가능성도 있지만, 호모에렉투스에 앞서 아프리카를 떠나 루손섬에 정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캐나다 레이크헤드 대학의 인류학자 매슈 토처리는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인류 진화사 연구가) 더 골치 아프고 복잡한 동시에 매우 흥미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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