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1 17:31
수정 : 2019.04.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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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월27일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 이행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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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방미 직전 10일 미 의회에서 밝혀
“제재 유지” 전제 아래 다소의 ‘숨통’ 남기려는 듯
“비자 문제” 언급했으나 구체적 의미는 설명안해
외신 “북 해외 노동자 비자 완화 등 염두에 뒀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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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월27일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 이행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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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각) 핵심적 대북 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 제재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제재에 관한 한 완강한 압박 기조로 일관해온 태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돼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의 질문에 “나는 그 부분에서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남겨두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는 “때로는 우리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을 때 그렇게 하는 것(제재 완화)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특정 조항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그것은 비자 문제”라며 “나는 약간의 여지(a little room)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처가 만족스럽다면 비핵화 완료 전에라도 제재를 일부 완화·해제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최근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제재 해제는 없다’고 강조해온 것과 결이 다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이행 체제, 즉 핵심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비에스>(CBS) 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약간의 여지”를 언급한 것을 두고 “(비핵화 때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완화하는 것으로 비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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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서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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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어떤 부분에서 제재를 풀어줄 여지가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비자” 언급은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령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2017년 9월부터 자국민의 북한 방문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방북을 허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연결된 문제”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9일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의 아동과 어머니, 재해 지역에 영양 지원을 하는 세계식량계획의 구상을 논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예멘과 베네수엘라 지원도 함께 논의됐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청문회 발언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비자 제한 완화나 북한 국적자의 해외여행 금지와 관련된 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에 나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비에스>는 “방미 중 일부 남북 경제 협력을 용인할 것을 요청해 외교적 바늘에 실을 꿰려고 노력할 것 같은 문 대통령에게는 어떠한 시작(opening)도 환영할 일일 것”이라고 짚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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