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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2 15:49 수정 : 2019.04.12 15:55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사와 문 대통령 신뢰 확인
제재 완화나 ‘스몰 딜’ 등 구체적 카드는 없어
톱다운 방식 파고들며 김 위원장 결단 설득할듯
트럼프의 “인도적 지원”·“단계적 해결” 발언도 지렛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열려 있다는 답을 얻은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숙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마주앉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유지” 방침을 명확히 하고,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어서 난이도가 높아진 상태다.

일단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 김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한 기본 동력은 마련됐다. 11일(현시지각)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게 가장 큰 밑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이나 다른 접촉을 통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내게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도 중재자 또는 촉진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거듭 신뢰를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설득할 카드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스몰 딜’이나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스몰 딜을 수용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 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며 “빅 딜은 우리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기자들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얼마나 지지하느냐’고 묻자 “적절한 때라면 나는 큰 지지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 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쪽이 서로 요구하는 기대 수준이 높은 상태라 접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한-미가 당장 공개할 수 없는 ‘비장의 카드’를 마련한 게 아니라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한테 직접 확인한 ‘빅 딜’과 ‘더 밝은 경제적 미래’라는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며 결단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한 ‘톱다운 방식’의 장점을 최대한 파고들어야 하는 셈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인도주의적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솔직히 한국이 북한에 식량 등 다양한 것들을 지원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정부는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달러(약 91억원)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 캠페인 탓에 집행을 미뤄왔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핵심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이라는 ‘성의 표시’에 얼마나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빅 딜’에 무게를 두면서도 “다양한 스몰 딜들이 이뤄질 수도 있다”, “단계적으로, 조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대화의 고리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의회에서 “대북 제재에 약간의 여지를 두고 싶다”며 ‘비자’를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 단체의 방북이나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비자 제한 완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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