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4 17:29
수정 : 2019.05.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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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의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새로운 보복 조처를 밝힌 뒤 13일(현지시각)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 넘게 폭락했다. 그러나 한국 코스피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낙관했다는 소식에 소폭 오른 채 마감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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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 관세 인상에
미국, 나머지 3000억달러 중국 제품에 관세 준비
휴대전화·랩톱·의류·신발 등 대부분 제품 포함
중국 매체 “미국에 조준사격으로 반격…장기전 대비”
트럼프, “중국이 보복해도 큰 타격 아니다”라면서도
“다음달 G20서 시진핑 만나…결실 있는 만남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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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의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새로운 보복 조처를 밝힌 뒤 13일(현지시각)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 넘게 폭락했다. 그러나 한국 코스피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낙관했다는 소식에 소폭 오른 채 마감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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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600억달러(약 71조3100억원) 규모의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기로 하고, 미국은 약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최고 25%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복관세의 출혈 경쟁이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때까지도 타협점을 못 찾으면 세계 경제가 끝 모를 불확실성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각)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할 약 3천억달러어치 중국 상품 목록을 발표했다. 3805개 품목에는 휴대폰, 노트북컴퓨터, 의류, 신발 등 그동안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포함됐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의 아이폰도 대상이다. 무역대표부는 이를 놓고 다음달 17일 공청회를 여는 등 24일까지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다.
미국은 워싱턴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던 10일 2천억달러어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5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렸다. 여기에 추가로 3천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물리면 사실상 중국 상품 전체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협상 중 일격을 당한 중국도 13일 밤 미국 상품 6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6월1일부터 기존 5~10%에서 10~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자동차부품, 의료장비, 냉동과일·야채 등 5140개 품목이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손해 볼 게 없다’며 계속 배짱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해 “약간의 보복이 있겠으나 그건 (우리 관세와) 비교할 때 큰 타격이 아니다”라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물지 않는다.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제조하라”고 말했다. 협상이 실패해도 관세 수백억달러가 들어오니 손해 보는 싸움이 아니라고 거듭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2%대 하락세로 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열세 속에 싸움을 이어가는 중국은 신중하게 반격 카드를 꺼냈지만, 여론은 끓고 있다. 후시진 관영 <글로벌 타임스> 편집장은 “중국은 이미 장기전을 위한 대비도 마쳤다”고 주장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는 논평에서 “대화를 원하면 문이 활짝 열려 있지만, 싸움을 원하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는데, 누리꾼들은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피가 끓어오른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중은 치킨게임을 하면서도 퇴로를 닫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다음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 주석을 만나겠다며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매우 결실 있는 만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찬 행사에서는 “협상이 성공적인지 아닌지 3~4주일 안에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이런 말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전까지를 타결 목표로 재설정했음을 뜻한다. 미국은 10일 2천억달러어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면서도 이례적으로 통관이 아니라 중국 출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았다. 배가 도착하기까지 3~4주 유예 기간을 설정한 셈이다. 3천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부과 의견 수렴 기간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전까지로 설정됐다.
중국이 관세 인상 시점을 6월1일로 정한 것도 미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으면서 타협을 위한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협상단을 이끄는 류허 부총리는 다음 협상이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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