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3 13:07
수정 : 2019.05.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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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사회기반시설 논의를 위한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 자리에서 박차고 나와 민주당과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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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반시설 논의하려던 백악관 회동, 3분 만에 종료
트럼프, 펠로시의 ‘은폐’ 발언 문제삼아
“이런 환경서 일 못 해…나는 은폐 안 한다”
민주당, “심술…준비 안 돼 일부러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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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사회기반시설 논의를 위한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 자리에서 박차고 나와 민주당과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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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관련 의회 조사를 놓고 대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22일(현지시각)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의 백악관 회동을 박차고 나와 공개적으로 비난을 퍼부었고, 민주당은 ‘심술쟁이 트럼프의 계획된 쇼’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달 30일 양쪽이 합의한 2조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분 늦게 나타나 악수도 하지 않은 채 “펠로시 의장이 끔찍한 말을 했다. 나는 당신들보다 더 사회기반시설을 하고 싶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못 한다”고 말한 뒤 답변도 듣지 않은 채 3분 만에 밖으로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이 회동 직전에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은폐에 열심이라고 본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민주당 의회 조사 추진을 비난하고 “이 모든 건 미국 대통령 끌어내리기 시도였다. 나는 은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조사를 멈추지 않으면 협력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백악관 회동이 잡혔는데 이 직전에 민주당이 ‘i 단어’(탄핵·impeachment)를 논의하려고 회의하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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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가운데)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맨 오른쪽) 등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이 파행으로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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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맞대응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일이었다. 대통령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구체 계획이 아직 없어서 일부러 ‘파행’을 연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대에 ‘3500만 달러 이상 지출’, ‘공모·사법방해 없다’ 등 특검 수사 비판 팻말이 붙어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나는 미국 대통령과 미국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하고, 동료 의원들에게 “대통령이 심통을 부렸다”고 서한을 보냈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미국진보센터가 연 행사에서도 “대통령은 사법 방해를 하고 있고 은폐에 열심이다. 이는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에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고 <더 힐>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민주당 지도부는 미국을 찢고 있으나 나는 미국인을 위한 기록을 계속 세워갈 것”이라며 “낸시, 기도해준다니 정말 고맙다. 진심인 거 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12월11일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백악관에서 17분간 취재진 앞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도이체방크 등이 금융자료를 하원에 제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송(1심)에서 패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자신의 재무기록 확보를 위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의 소환장 집행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배(1심)하는 등 의회 조사 방어에 애를 먹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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