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6 18:15
수정 : 2019.05.26 21:19
볼턴 강경 발언 이튿날 트위터로 공개 면박
방일 중 트위터에 “북한이 작은 무기들 발사…
내 사람들 일부 신경 거슬렀지만 나는 아니야
김정은 위원장, 내게 한 약속 지킬 걸로 확신”
“북 미사일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볼턴 부정
국무부도 “동시적·병행적 진전 논의할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이달 초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개의치 않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슈퍼 매파’ 참모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며 북한을 압박한 것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제시하며 북한에 대한 ‘유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한 것이다.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26일 오전 트위터에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 이것은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렀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김 위원장이 내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달 4일·9일에 쏜 단거리 미사일 등을 “작은 무기들”이라고 부르며, 북한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재차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가 (현재 민주당의 주요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을 지능지수(IQ) 낮은 사람이라고 불렀을 때 나는 웃었다. 그것은 아마도 나에게 보내는 신호인가”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쳤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김 위원장을 ‘독재자’로 부르자 21일 “미국 내에서 그(바이든)의 출마를 두고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라는 조소가 나온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나의 사람들’은 볼턴 보좌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25일 도쿄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가 북한 발사체를 공개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며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북한이 미국에 압류된 자국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의 반환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1968년 북한이 나포한 미국의) 푸에블로호 반환에 대해 논의할 적절한 시기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볼턴 보좌관 강경 발언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받아들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업적이라 내세워온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충돌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도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들이었고 일부는 미사일도 아니었다.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해온 볼턴 보좌관의 ‘불협화음’이 표면화됐다는 점이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란·베네수엘라 문제 등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초강경 대응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해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의 트위트는 볼턴에 대한 직접적 질책”이라며 “볼턴 보좌관의 거친 대화를 원점으로 돌리는 한편 그를 약화시키려는 취지”라고 짚었다. 이 메시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압박 강화를 원하는 일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앞선 24일 북한 외무성이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조-미(북-미) 대화는 재개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한 논평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열려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어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북-미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뒤 “미국은 이 목표들을 향해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밝혔다. ‘동시적·병행적’ 방침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전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미국은 2·28 하노이 회담에선 일괄타결 방침으로 회귀해 협상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후에도 ‘한·미가 이 방침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미국 정부가 3개월 만에 이 개념을 재차 언급하며 대화 의지를 피력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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