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9 18:11
수정 : 2019.05.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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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28일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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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바이든, 김 위원장 놓고 연일 거친 공방
트럼프, 일본 방문 중 북한의 바이든 비난 옹호
바이든, “트럼프가 독재자 김정은 옹호해”
정상외교에서 정적 비난은 전례 없어
북-미 협상에 양날의 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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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28일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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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중간에 놓고 유례 없는 인신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미국 대선을 향한 샅바싸움에 얽힌 이 문제가 북-미 협상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난 외국 땅에서 졸린 조 바이든을 사실 옹호해줬다”며 “김정은은 그를 ‘아이큐가 낮은 멍청이’라고 불렀으나, 나는 그 말을 ‘아이큐가 낮은 사람’이라고 좀 더 부드럽게 인용했다. 누가 이를 기분 나빠할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이 트위트는 바이든 쪽 성명에 대한 대응이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부본부장 케이트 베딩필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에 대한 조롱이 “대통령직의 존엄에 미치지 못한다”며 “외국 땅에서, 현충일에, 동료 미국인이자 전 부통령을 비난한 살인자, 독재자를 거듭 편드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공격했다. 이어지는 언쟁은 바이든의 김 위원장 비난으로 시작됐다. 그는 18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우리가 푸틴과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 폭군을 포용하는 나라인가”라며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다”고 말했다. 북한은 21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할 때 잠을 잔 것 등 바이든의 ‘과거’를 지적하며 “지능지수가 모자란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쪽은 이에 “트럼프는 평양의 살인적 정권에 반복적으로 속아 큰 양보를 해왔지만 대가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바이든이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지지해온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트럼프가 백악관에 계속 있는 쪽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는 성명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을 싸잡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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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8일 휴스턴에서 타운홀 미팅에 온 학생을 기자들에게 소개시키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 학생이 언론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이런 제스처를 취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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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이 싸움에 본격적으로 끼어들었다. 26일 트위터에 “난 김 위원장이 내게 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 또 그가 진흙탕에 빠진 조 바이든을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이라고 불렀을 때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게 신호를 보내는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튿날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논평에 동의한다고 거듭 말하며 “바이든은 재앙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신공격은 경쟁자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언급으로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거칠다. 특히 정상 외교 현장에서 경쟁자를 깎아내리려고 적대국 지도자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 게 워싱턴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해외에서 외교 활동을 하는 중에는 국내 정쟁을 거론하거나, 이와 관련해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치 문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에 대한 인신공격은 그를 자신의 상대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대선에서 민주당 신예보다는 자신(73)보다 나이가 4살 많고 신선감이 떨어지는 바이든과 겨루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덕에 바이든은 민주당 주자로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대선 주자들의 싸움에서 김 위원장이 소재가 된 것은 북-미 협상에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더 중요한 선거 이슈가 될수록 협상 성공의 동기와 부담이 커진다.
반면 민주당의 견제와 반발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공간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공화당 쪽에서도 불편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원 군사위의 조니 언스트 의원은 “김정은을 확실히 믿을 수 없다”며 “그래서 북한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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