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4 18:01
수정 : 2019.06.0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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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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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연방거래위,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조사 분담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도 18개월간 청문회 등 조사하기로
IT 공룡기업 비판 여론 반영…내년 대선 이슈 가능성
해당 기업들 주가 하락…반독점 다툼 장기화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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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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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해 반독점 조사의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당국의 별다른 간섭 없이 덩치를 불려온 ‘공룡 기업’들은 갈수록 높아지는 비판 여론과 당국의 압박에 긴장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몇주간의 협의 끝에 정보기술 기업들에 대한 관할을 나눈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법무부가 구글과 애플을, 연방거래위가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반독점 조사를 담당하기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전했다. 조사가 당장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 준비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선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 쪽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유럽연합(EU)이 구글 등의 독점 행위를 주로 문제삼았고, 미국 정부는 기업들을 두둔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거대 정보기술 업체들이 혁신에 힘쓰기보다는 몸집 불리기와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들을 배제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일변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등의 개인정보 침해, 가짜뉴스 등 불량 콘텐츠 유통도 반발을 키웠다.
거대 정보기술 기업 단속에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회 차원에서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는 어떻게 다시 경쟁을 되찾아올 것인가 하는 점에 관한 것”이라며, 이미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반독점소위는 18개월간 경영진을 불러내 청문회와 자료 조사를 하고, 잘못이 발견되면 법무부나 연방거래위가 조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하원 법사위의 공화당 간사인 더글러스 콜린스 의원도 “거대 기술기업들이 시장 점유를 확장함에 따라 시장 경쟁이 유지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앞서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의 해체를 주장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키웠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휴스도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페이스북이 지나치게 큰 권한을 갖게 됐다”며 “이 회사를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기술 공룡 때리기는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화두로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실리콘밸리의 악몽은 정당들이 ‘누가 더 기술 기업들에 강경할 수 있나’를 놓고 경쟁하는 선거”라고 지적했다. 당국과 의회의 반독점 조사 채비 소식에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아마존의 주가는 각각 6.1%, 4.6% 떨어졌다. 페이스북은 7.5%, 애플은 1.0% 하락했다.
기업 분할이나 법령 개정으로 즉각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1969년 정부가 아이비엠(IBM)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걸었다가 13년 만에 철회한 전례를 들었다. 막강한 인적·물적 자원을 갖춘 기업들의 반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단체인 책임정치센터는 지난해 구글이 로비에 2170만달러(약 256억원)를 썼다고 집계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각각 1440만달러, 1260만달러를 지출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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