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4 18:07
수정 : 2019.06.04 21:04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헤이그/AFP 연합뉴스
|
폼페이오, ‘천안문 30돌’ 강도 높은 비판 성명
“일당체제, 인권유린”…“개방사회 변화 희망 깨져”
신장위구르족 탄압 등 민감 현안들 조목조목 비판
중국 정부, “내정 간섭 단호히 배격” 강력 반발
“강·절도 범죄 빈발” 미국 여행 주의보 발령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헤이그/AFP 연합뉴스
|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맞은 천안문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30돌에 미국이 중국 체제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성명을 내놨다. 같은 날 중국은 미국 여행 주의보로 맞받아치면서, 양국 갈등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천안문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30돌을 하루 앞두고 낸 성명에서 “6월4일을 맞아 중국인들의 영웅적 저항 운동을 기린다”며 “1989년 6월4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천안문광장으로 탱크를 들여보내 민주주의와 인권을 요구하고 만연한 부패를 일소할 것을 촉구하는 평화로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고 비판했다. 또 “베이징은 물론 중국 전역의 다른 도시들에 집결한 수십만 시위대는 중국의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다가 극심한 고통을 당했다”며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희생당한 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사망·실종자에 대한 전면적이고 공개적인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수십년간 미국은 중국이 국제 체제로 편입하면서 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로 탈바꿈할 것이란 희망을 품었다”며 “하지만 희망은 깨졌다. 중국의 일당 체제는 반대 의견을 용인하지 않았고, 자기 이익을 위해선 언제든 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부인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무슬림들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도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중국인들은 새로운 형태의 억압을 당하고 있으며, 특히 신장의 상황이 심각하다”며 “무슬림 100만명 이상을 구금하는 등 조직적으로 위구르 문화 말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행사하려다 체포된 모든 이들의 석방을 중국 당국에 촉구한다”고 했다.
중국 쪽은 격하게 반응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악의적으로 중국 정치체제를 비난했고,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심각한 내정간섭을 했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규범에 어긋나는 행위이자 상호 신뢰를 해치는 행위로, 중국은 이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설교를 일삼고 내정을 간섭하면서도 정작 자기 내부 문제에는 눈을 감는 미국 일각의 위선과 악의를 지켜봐왔다”며 “내정간섭과 중국의 안정을 해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상호 신뢰를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문 30돌’에 내놓은 미국 국무장관의 성명은 예년보다 길고 수위도 한결 높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내정’과 ‘영토 주권’을 직설적으로 파고들었다. 중국도 격하게 반발하면서,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나 무역전쟁의 해결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는 더 옅어지게 됐다.
중국 정부는 4일 미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며 맞불을 놨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국 관광객들에게 미국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위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라고 경고했다. 문화여유부는 미국 여행 위험 요소로 “최근 빈발하는 총기 난사 사건과 강·절도 등 강력범죄”를 꼽았다.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문화여유부는 미국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사전에 위험 요소를 잘 살피고 치안 상황과 법규 등에 대한 정보를 모을 것을 제안했다”며 “특히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번 발표는 대미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크게 작아 ‘관세 전쟁’으로는 맞대응이 힘든 상황에서 ‘유커(중국인 관광객)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 때 한국에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관광객 제한 카드를 활용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