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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8 17:07 수정 : 2019.07.09 00:30

미국 민주당 2020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TV토론 주자 20명 중 6명이 여성
해리스·워런 토론 뒤 2~3위 오르며 추격

하지만 2016년 힐러리 패배가 ‘트라우마’로
2차토론 등 경선·본선까지 변수 많아

미국 민주당 2020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연합뉴스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냐고? 2019년에도 그런 질문을 듣고 있다니, 충격받았다.”

미국 민주당의 바버라 리 하원의원은 최근 <뉴욕 타임스>에 “동료들 중에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여성 주자들이 약진하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뒤편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여성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됐나’라는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을 배출한 미국이 이번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쓸 것인지는 미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관심을 모으는 배경에는 여성들의 맹활약이 있다. 텔레비전 토론 자격을 얻은 20명의 주자 가운데 6명이 여성이다. 이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달 26~27일 첫 텔레비전 토론 뒤 급부상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2위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밀어내고 각각 2위, 3위로 올라서며 1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추격하고 있다.

여성 주자들은 의제에서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흑인 혈통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첫 여성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 의원은 지난달 토론에서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들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인종주의 전력을 공격했다. 워런 의원은 부유층 세금인상과 대기업 해체 등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여성 정치인 상승 분위기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민주당)이 미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되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27명(상원 25명, 하원 102명)의 여성 의원이 의회에 진입한 흐름 위에 있다.

그러나 ‘벽’은 여전하다. 민주당 주자나 전략가들은 여론조사나 표적집단 인터뷰를 해보면 ‘여성이 대선 후보가 됐으면 좋겠지만,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두렵다’는 반응이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조차 나오고 있어 놀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해리스 의원을 지지한다는 흑인 여성 섄텔 스미스(32)는 “미안하지만 해리스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성이고, 흑인이지 않냐”고 말했다. 2016년 클린턴의 패배가 2020년 ‘여성 재도전’의 자극제가 아니라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셈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결정적 기반이 된 중서부 러스트벨트의 백인 남성 유권자들을 되찾아 오려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같은 ‘중도적 백인 남성’이 경쟁력이 있다는, ‘당선 가능성’ 논리가 여성 주자들의 발목을 당기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이 지난달 28일~이달 1일 실시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상 1대 1 대결에서 53% 대 43%로 10%포인트 앞선 것도 이를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2%포인트 격차로 앞서고, 워런 의원은 비기는 것으로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해리스 의원과 워런 의원이 여성 및 고학력 진보성향이라는 공통 기반을 놓고 내부경쟁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내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와 11월 대선까지 시간이 많아, 상황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은 7일 <뉴스위크> 기고에서 해리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젊은 흑인 여성이라는 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꼽으며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클린턴이 실패했던 것은 그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민주당 내 진보층을 붙들지 못했고, ‘아웃사이더’ 바람을 탄 트럼프 후보와 달리 기득권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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