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6 18:35
수정 : 2019.08.0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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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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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율조작” 분노 뒤 10시간 만에
무역적자 개선 외쳐온 트럼프, 위기감
중국산 관세 타격효과 상쇄도 우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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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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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5일(현지시각) 전격적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전날 중국 위안화가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0위안’을 돌파(포치·破七)한 데 대한 즉각적 대응이다.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포치’가 현실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환율조작”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미 재무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발표는 이 트위트 뒤 10시간 만에 나왔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건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미 재무부는 전날 중국 인민은행이 성명에서 “통제 수단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 외환시장에 필요한 조처를 취해갈 것”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 중국이 스스로 환율조작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환율조작국 지정의 근거로 삼았다.
미국이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주요 대미 교역상대국의 통화 약세를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해온 트럼프 행정부 기조가 정면으로 도전받았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통령이 된 뒤에는 ‘관찰대상국’으로만 분류하며 경고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상황이 되자 칼을 뽑아든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에 5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9% 폭락으로 마감하는 등 미 증시가 요동친 것도 환율조작국 대응에 나서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관세맨’을 자처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에 수차례 부과해온 관세의 타격효과가 위안화 평가절하로 상쇄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현지시각 6일 새벽 ‘미국 농산물 수입 중단’을 선언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팜 벨트(농업지역)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때리기’에 대한 미국 내 초당적 지지도 뒷배가 됐다. 달러당 7위안 돌파가 현실화하자 민주당 상원의 척 슈머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미국 정부는 해당 국가에 통화 저평가를 시정하도록 하고,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제한 같은 조처를 취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므누신 장관이 중국의 최근 행동으로 초래된 불공정한 경쟁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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