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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8 16:39 수정 : 2019.08.08 20:12

11년 법정다툼 끝 유고 넘겨받아
폐기 냉장고·스위스은행 등에 있던
카프카의 원고·편지·그림 등 수백편

카프카 “모두 불태워달라” 유언에도
친구가 대부분 출판…그후 우여곡절

20세기 실존주의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유고 수백편이 11년간의 오랜 법정다툼을 거쳐 이스라엘국립도서관에 들어왔다. 카프카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나의 모든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지 말고 불에 태워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으나, 유고들은 거의 전부 살아남았고 숱한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이제 모두 이스라엘국립도서관에 맡겨졌다.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은 7일 예루살렘에서 카프카가 생전에 직접 손으로 쓰거나 그린 편지, 원고, 그림 등을 공개했다. 이 유고 목록들은 스위스 취리히의 은행에 보관돼 있다가 스위스법원 결정에 따라 약 2주전에 이스라엘국립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은 카프카의 오랜 친구이자 극작가였던 막스 브로트(1884∼1968)의 자필 원고도 함께 받았다. 이번에 도서관이 넘겨받은 카프카와 브로트의 유고는 수백편으로, 서류철 60개 분량에 이른다. 대부분 이미 출판된 것이긴 하다. 오렌 와인바그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장은 “이번 공개는 국립도서관에 기증해 카프카 작품을 세상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브로트의 희망을 실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프카는 40살(1924년)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때만해도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죽기 직전에 카프카는 그의 작품 전부를 친구 브로트에게 넘기면서 “세상에 출판하지 말고 모조리 불태워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브로트는 카프카의 뜻과 달리 <변신> <심판> <성> 등 자신이 갖고 있던 대다수 작품을 출판했고, 이에 따라 카프카는 사후에 전세계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됐다.

브로트는 나치의 체포 침공과 유대인 몰살을 피해, 카프카가 남긴 수천장의 원고·기록물을 갖고 1939년 이스라엘 건국 이전의 텔아비브에 정착했다가 1968년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에 카프카의 유고 중 일부를 이스라엘 공공기록물보관소에 기증했으나, 나머지는 자신의 비서인 에스테르 호페에게 넘겨주면서 “학술기관에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후 40여년간 호페는 브로트의 유언을 지키지 않은 채, 이 유고들을 고양이가 득실거리는 낡은 텔아비브 아파트의 버려진 냉장고 안, 스위스 및 이스라엘의 은행금고에 보관해왔다. 일부 작품은 상당한 돈을 받고 팔아먹기도 했다.

2008년 101살의 나이로 호페가 죽었을 때 이 작품들은 그의 딸 에바 호페에게 유산으로 넘겨졌는데, 에바가 “브로트는 내 친아버지다. 따라서 정당한 상속유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진행됐다. 이스라엘도서관은 이 원본 컬렉션들을 디지털화해 전세계 독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이 이전부터 보관해 온 카프카 유고 중에는 도난당했다가 독일 경찰이 압수한 목록 등도 포함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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