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0 15:34
수정 : 2019.08.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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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오후 캘리포니아주 샌 니콜러스 섬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순항미사일의 비행 시험을 실시했다고 19일 발표하고,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시험은 미국이 지난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미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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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18일 순항미사일 비행 시험
500㎞ 이상 날아가 목표물 정확히 타격”
11월엔 사거리 늘린 탄도미사일 시험
미-러 INF조약 탈퇴 뒤 보름 만에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도 화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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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오후 캘리포니아주 샌 니콜러스 섬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순항미사일의 비행 시험을 실시했다고 19일 발표하고,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시험은 미국이 지난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미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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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16일 만에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첫 시험발사했다.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팔걷고 나서면서 전세계 군비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여부를 둘러싼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일요일인 18일 오후 2시30분 캘리포니아주 샌 니콜러스 섬에서 재래식으로 설정된 지상발사형 순항미사일의 비행 시험을 실시했다”며 “시험 미사일은 지상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돼 500㎞ 이상을 날아가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발사 장면 사진과 동영상도 공개했다. 로버트 카버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미사일은) 토마호크 지상공격 미사일의 개량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시험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교훈은 국방부의 향후 중거리 능력 개발에 정보가 될 것”이라고 밝혀, 더 고도화된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국방부는 오는 11월 사거리를 늘린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중거리핵전력 조약 아래서는 금지됐던 행위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2017년 실전배치한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을 조약 위반 사례로 들며 지난 2월 “러시아가 협정 준수로 복귀하지 않으면 6개월 뒤 탈퇴하겠다”고 예고했고, 이달 2일 탈퇴를 실행했다. 미국의 주장을 부인해온 러시아도 같은 날 이 조약을 탈퇴했다. 중거리핵전력 조약은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합의한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의 지상발사형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했다.
미국은 이 조약 탈퇴를 선언하던 날부터 “지상발사 순항·탄도 미사일 개발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며 의욕을 보였다. 특히 마크 에스퍼 국방관은 지난 3일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할 뜻을 밝힌 데 이어, “해당 지역 동맹들과 협의해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 소속인 프란츠 클린트세비치 의원은 <리아노보스티>(RIA) 통신에 “중거리핵전력 조약이 공식 종료된 뒤 2주 만에 미군이 미사일을 시험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뻔뻔한 냉소이자 조롱”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우리는 미국이 이런 종류의 무기에서 우위를 갖지 못하도록 최단 기간 안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군비경쟁에 들어갈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 하지만 지난 8일 러시아 해군시설에서의 폭발 사고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랑해온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과 연관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미-러의 군비 신경전은 이미 가열되고 있다. 중국까지 가세한 군비경쟁 악순환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핵탄두 수를 제한하기 위해 러시아와 2010년 합의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2021년 만기 이후 연장하는 데에도 소극적이어서, 전세계가 핵무장 경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아시아에 배치할 가능성은 벌써부터 지역 내 화약고다. 특히 한국 배치 가능성에 러시아, 중국,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미국 쪽과 논의하거나 자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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