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1 18:01
수정 : 2019.09.11 19:50
달아오르는 미 민주당 경선
워런, 대기업 해체 등 내걸고
독주하던 바이든 맹추격
지지율 6개월만에 3배 뛴 18%
바이든은 41.4%에서 29.8%로
3차 토론 10명, 12일 ‘불꽃대결’
내년 11월3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군이 좁혀지고 있다. 한때 26명까지 주자들이 난립했으나, 6명이 중도 포기를 선언해 20명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12일(현지시각)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리는 민주당 3차 토론회에는 ‘4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평균 2% 이상’과 ‘후원자 13만명 이상’이라는 높아진 기준이 적용돼 10명만 무대에 오르게 됐다.
3차 토론회에 서는 이들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코리 부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기업인 출신 앤드루 양,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이다. 미 언론은 이 중에서도 바이든-워런-샌더스 ‘3파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꾸준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워런이 1등 주자 바이든의 대세론을 깰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전문 분석 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매일 종합해 평균 낸 수치를 보면 워런의 상승세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6개월을 보면, 워런은 4월10일 지지율 평균치가 5.9%였으나 지속적으로 상승해 7월10일 13.7%에 이어 9월10일 현재 18.0%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바이든은 5월10일 41.4%까지 갔다가 하락세를 타 9월10일 29.8%에 머물렀다. 샌더스는 같은 기간 14.6~21.0% 사이를 오갔다. 전반적인 수치는 바이든이 높지만, 흐름에서는 워런의 기세가 매서운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바이든(28%)과 워런(24%)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4%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바이든이 대세론을 누려온 가장 큰 이유는 ‘당선 가능성’, 즉 ‘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가 중도적 성향의 백인 남성이자 노동조합 출신이기 때문에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에게 빼앗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아이오와, 오하이오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역)를 되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트럼프와의 일대일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워런이나 샌더스에 비해 공화당 지지층에서 패배 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민주당 지지층 이외의 표 흡수력이 있다는 의미다. 상원의원 26년과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부통령 경력 등 오랜 공직 경험도 그의 강점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지난달 소수인종 유권자들 앞에서 “가난한 아이들도 백인 아이들만큼 똑똑하고 재능 있다”며 인종문제를 건드리는 등 말실수를 반복하면서 76살의 고령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민주당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사이 워런은 바이든과 대조되는 진보적 의제를 내걸고 약진하고 있다. 바이든이 대기업에 타협적인 반면, 워런은 대기업 해체를 주장한다. 의료보험을 놓고도 워런이 민간보험 폐지와 전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하는 반면, 바이든은 민간보험 유지 입장이다. 2012년 상원의원이 된 워런이 바이든에 비해 ‘기성 정치인’ 이미지가 덜하고, 여성이라는 점도 대조점이다.
‘바이든 독주’ 속에서도 워런이 도약하고, 역시 진보성향의 샌더스가 두자릿수 지지율로 버티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기본 성향을 반영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이전의 미국으로 갈 것이냐’와 ‘오바마 시절보다 더 진보적인 의제를 추진할 것이냐’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60%가 후자를 택한다고 지적했다. 그저 ‘트럼프만 꺾고 보자’는 게 아니라, 더 진보적인 정책을 원한다는 것이다. 워런 등 누군가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 신화’는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국 정가와 언론에서는 바이든이 내년 7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자들이 이틀로 쪼개져 겨뤘던 지난 1~2차 토론회와 달리 12일 3차 토론회는 바이든과 워런이 한 무대에, 그것도 바로 옆에 붙어 불꽃 대결을 펼 예정이다. 민주당 토론회는 그 뒤에도 내년 4월까지 열 차례 더 이어질 예정이어서 주자 구도 변화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2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로 시작되는 주별 경선에서 누가 초반 바람몰이를 하느냐도 이후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 과정에서 워런과 샌더스 또는 다른 진보성향의 주자들이 ‘반바이든’ 연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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