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5 16:17
수정 : 2019.09.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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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중 베네수엘라 유엔대표부 소속 외교관 다니엘라 로드리게스가 유엔 총회장 청중석에서 태연히 책을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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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설 도중 볼리바르 책 읽던 베네수엘라 외교관
“트럼프는 제국주의·자본주의 꼭두각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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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중 베네수엘라 유엔대표부 소속 외교관 다니엘라 로드리게스가 유엔 총회장 청중석에서 태연히 책을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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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쿠바의 꼭두각시”라고 맹비난한 직후 미국 재무부가 마두로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해 베네수엘라와 쿠바 사이의 석유 거래를 추가 봉쇄하고 나섰다.
미 재무부는 이날 베네수엘라 석유를 쿠바로 운송하는 4개 선박회사와 이들이 소유한 선박들을 베네수엘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재무부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에 대한 석유거래 제재에 나섰으나, “쿠바 기업들이 제재를 피해 베네수엘라로부터 계속 석유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쿠바가 지불하는 석유 구매자금이 독재자 마두로 정권에 생명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추가 제재 대상이 된 석유운반 탱커선들은 10여년 전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석유수송 양자합의를 맺어 설립한 쿠바-베네수엘라 합작기업 ‘트란살바’의 선박이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 정부가 석유 운송을 방해하고 금융제재를 가하는 등 잔악한 집단학살 정책을 통해 우리를 옥죄고 있다”고 반발했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장관도 트럼프의 유엔 연설 직후 “베네수엘라는 쿠바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꼭두각시”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던 때 청중석에 앉아 있던 수십명의 각국 정부 대표단 가운데 베네수엘라 유엔대표부 소속 외교관 다니엘라 로드리게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가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대목에서 생중계 방송화면에 잡힌 그는 트럼프의 연설을 무시하듯 태연히 어떤 책을 펼쳐 읽고 있었다. 책 표지에는 19세기 남미 독립운동지도자인 시몬 볼리바르의 사진과 함께 ‘볼리바르, 영웅, 천재 그리고 보편적 사고’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그는 트위터에 책 표지 사진을 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국주의로 가득 찬 연설로 유엔을 모독하는 동안 내가 읽던 책이 바로 이것”이라고 적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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