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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6 01:17 수정 : 2019.09.26 01: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이란, 베네수엘라 비판에 주력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자극을 피한 채 아주 짤막히 비핵화를 촉구하고 넘어갔다. 뉴욕/신화통신 연합뉴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폭발
펠로시 의장 “헌법 위반…대통령에 책임 물어야”
트럼프 “통화 녹취록 보지도 않고…마녀사냥”
민주당-트럼프 모두에게 위험한 ‘양날의 칼’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탄핵 추진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혼돈의 정국으로 빨려들게 됐다. 이번 사안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관련돼 있어, ‘현직 대통령 대 유력 도전자’의 정면대결에서 누군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탄핵 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우선순위나 집중도가 달라지면서 대북 정책 등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4일(현지시각) 의사당에서 의원들과 비공개로 회동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들은 헌법에 심각하게 위배된다”며 “나는 오늘 하원에서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한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에 조사 진행을 지시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에 이어 탄핵 절차에 오르는 4번째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꺼낸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남용 행위가 매우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들은 취임선서와 국가안보, 선거의 고결성에 대한 배반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실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내부고발이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앞서 바이든은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2016년 헌터가 일하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를 수사망에 올렸던 현지 검찰총장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트럼프는 이 의혹 조사를 압박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삼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해 외국 정상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날 군사원조 중단을 지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공모 및 그에 관한 조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당내의 트럼프 탄핵론을 눌러왔으나, 우크라이나 의혹이 갈수록 커지자 탄핵 추진에 나섰다. 그는 이날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쇠가 뜨거울 때 내려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탄핵 추진 발표에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의 주요 대선 주자들은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세게 반발했다.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유엔에서 이 같은 중요한 날에 많은 일과 성공을 이루는 가운데 민주당은 마녀사냥 쓰레기 속보를 갖고 의도적으로 그걸 망치고 깎아내려야 했다”며 “우리 나라에 정말 나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 이름을 나열하면서 “이걸 믿을 수 있나? 그들은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을 보지도 않았다. 완전한 마녀사냥! 대통령 괴롭히기!”라고 비난했다. 자신이 이날 민주당의 발표 전에 ‘내일(25일)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도 민주당이 내용을 살피지도 않고 탄핵에 나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자들에게 “나는 바이든과 달리, 대가로 뭘 주겠다는 게 없었다”며 화살을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는 즉시 ‘탄핵 방어 태스크포스’를 띄우고 지지자들에게 단합을 호소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펠로시는 일방적으로 하원의 탄핵 조사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으로 백악관은 내부고발자의 의회 증언을 허용하고, 그의 고발 내용도 의회에 공개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등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탄핵 추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위험한 ‘양날의 칼’이다. 일반적인 조사에 비해 더 강력한 소환 권한이 부여되는 ‘탄핵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사실들이 추가될 경우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거나 재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탄핵에 실패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선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

현재 의회 또한 탄핵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탄핵에 성공하려면 하원에서 과반,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의회 조사를 통해 공화당 다수까지 ‘탄핵 찬성’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사실과 논리를 찾아내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은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두고 “민주당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탄핵 조사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상처를 입고 추격자인 워런 상원의원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사자들과 지지세력이 의회와 장외에서 격하게 충돌하며 미국 사회의 분열 또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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