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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8 18:14 수정 : 2019.10.29 02: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6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로버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마커스 에번스 합참 특별작전수행 부사령관(왼쪽부터)과 함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에 대한 공격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미국 백악관 AP 연합뉴스

오바마처럼 바그다디 제거 작전 상황실 사진 공개
‘IS 재건된다’는 시리아 철군 반대론 누를 듯
작전 세부사항 공개에는 “부적절” 지적도

바그다디 부인·연락책 심문해 실마리
특수작전 사령관, DNA 확인 뒤 “100% 잭팟”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6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로버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마커스 에번스 합참 특별작전수행 부사령관(왼쪽부터)과 함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에 대한 공격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미국 백악관 AP 연합뉴스

“그는 개처럼, 겁쟁이처럼 죽었다. 세계는 이제 훨씬 더 안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인 2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의 자폭으로 끝난 전날 밤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에 대해 48분 동안 소상하게 설명했다. 2011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라덴 사살 사실을 발표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그다디 사망을 빈라덴 사살을 뛰어넘는 역사적 업적으로 부각하면서 최근 민주당의 탄핵 조사와 시리아 미군 철수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감한 작전 정보를 불필요하게 많이 노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이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이번 작전은 최소 5개월 전부터 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주 전에 바그다디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었고, 한달 전부터 바그다디의 위치에 관해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압디 총사령관은 트위터에 “바그다디를 제거하기 위한 합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5개월 동안 (미국과) 정보 협력과 정확한 감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바그다디의 위치에 관한 정보는 지난여름 그의 부인 중 한명과 연락책을 체포해 심문한 결과 파악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두 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 정보를 갖고 이라크 및 쿠르드의 정보당국과 협력한 끝에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지역의 바그다디 은신처를 알아냈다고 <시엔엔>(CNN)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오전 이번 작전계획을 승인했으며, 실행은 그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화면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같은 날 오후 5시께 시작됐다.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원들은 주로 수송헬기 CH-47 치누크로 구성된 8대의 헬기를 타고 저공비행으로 바그다디의 은신처에 닿았다. 바그다디는 특수부대의 군견에게 쫓기다 지하 터널의 막다른 지점에 이르러 폭탄 조끼를 터뜨려 세 자녀와 함께 자폭했다. 특수작전 사령관은 훼손된 유해에 디엔에이(DNA) 대조 작업을 한 결과 바그다디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상황실로 “100% 잭팟, 오버”라고 보고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시엔엔>에 “우리는 그에게 항복(생포)을 청했지만 그는 거부했다”고 말했다. 미군이 입은 피해는 군견 한마리가 다친 것뿐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다. 그는 2시간의 작전 과정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정확하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작전 성공은 내년 대선에 내세울 ‘상품’이자, 최근의 정치적 난국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호재다. 그는 특히 시리아 북동부에서의 미군 철군 결정 때문에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이슬람국가 재건의 빌미를 준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바그다디 제거로 이런 목소리를 억누를 명분을 갖게 됐다.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도 맞설 기운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트위터에 “방금 아주 큰일이 일어났다!”며 관심을 끌어당기고, 백악관도 ‘27일 오전 9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성명 발표’를 예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띄우기에 나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바그다디가 현존하는 최고 거물이다” “빈라덴은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로 거물이 됐지만 바그다디는 ‘국가’라는 전체를 건설한 사람”이라며 바그다디 제거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빈라덴 사살보다 더 큰 업적인 것처럼 말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전 대통령 때처럼,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작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의 사진도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의 추적을 받아온 바그다디는 사실상 지난 3월 이후 일상적인 이슬람국가 운영에서 손을 뗀 상태였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장도 “미군이 바그다디를 잡은 것은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단지 바그다디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에 투입된 헬기 수나 은신처 진입 방법, 작전 소요 시간 등을 자세히 공개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향후 침투와 특수작전, 정보 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비밀 군사작전의 민감한 세부 사항을 잔뜩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는 사전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히면서도 민주당 지도부에는 작전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민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은 민감한 군사작전을 벌일 경우 의회 지도부에 사전 통보하는 게 관례로 굳어져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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