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1 07:54
수정 : 2019.11.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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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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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관 되도 대북특별대표직 유지하며 협상 계속
소식통 “트럼프, 북한 비중 강화 또는 기조 유지 뜻”
이수혁 주미대사 “북-미 물밑접촉 없는 듯 하나 예단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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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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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미국 쪽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각)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됐다. 비건 대표는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거쳐 부장관에 부임하더라도 대북특별대표 지위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어서, 그가 이끄는 대북 협상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스티븐 비건을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원에 비건 대표 인준을 요청했다. 국무부 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은 국무부 2인자로, 비건 대표의 승진 기용은 존 설리번 부장관이 주러시아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기는 데 따른 것이다.
비건 대표는 부장관이 되더라도 대북특별대표직을 유지한 채 북-미 비핵화 협상을 계속 맡을 것이라고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 이날 백악관의 발표 직전 비건 대표를 만난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는 “비건 대표가 신분이 어떻게 되든지에 관계없이 북한 핵 문제는 계속 다루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1차 북-미 정상회담 두어 달 뒤인 지난해 8월 부임한 뒤 1년2개월 동안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이끌어왔다. 그가 국무부 2인자 자리에서 대북 협상을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향후 협상에 무게감이 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11월 상원 선거에 출마할 경우 비건 대표가 국무부 장관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북핵 문제만을 다뤄온 비건 대표를 트럼프 대통령이 부장관에 승진 기용한 것은 북-미 관계 유지 성과와 그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북핵 문제의 비중을 더 높이거나, 최소한 현재의 대화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비건 대표가 부장관으로 승진할 경우 북한 쪽 카운터파트가 김명길 순회대사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으로 바뀔지도 주목된다.
한편, 이 대사는 비건 대표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 “북한 정세 또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10월 초) 스톡홀름 회담의 진행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대사는 북-미 간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있는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 한국 인사나 미국 관리로부터 들어봤을 때, ‘끝났다’는 인상은 갖고 있지 않다. 북한 문제는 언제나 예단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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