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5 00:40
수정 : 2019.11.1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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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때인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리아(37)씨가 13일 워싱턴의 연방의회 건물에서 미국 시민권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입양 직후 입양부모가 귀화 절차를 마치지 않은 채 이혼해버리는 바람에 아직도 시민권이 없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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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뒤 부모 이혼, 고의로 신청 누락돼 불이익
한인유권자연대 등 ‘입양인 평등 전국연대’ 발족
부모 시민권자면 자동·소급해 시민권 부여 법안 추진
“공화당 핵심들도 법안에 참여…청문회 등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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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때인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리아(37)씨가 13일 워싱턴의 연방의회 건물에서 미국 시민권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입양 직후 입양부모가 귀화 절차를 마치지 않은 채 이혼해버리는 바람에 아직도 시민권이 없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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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한국에서 태어나 1984년 미국에 입양된 리아(37)씨는 미국에서 35년을 살았다. 학교를 마치고 미 해군에 입대해 군복무도 10년을 했다. 그는 군복무 중이던 2007년 자신이 속한 부대가 이라크로 파견갈 때 함께 갈 수가 없었다. 이라크에 가려면 비밀취급인가를 받아야 했는데, 미국 시민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가 시민권이 없는 것은 미국에 입양된 직후 양부모가 귀화 절차를 끝내지 않은 채 이혼해버렸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하지 못 하는 그의 현재 법적 신분은 ‘미국 영주권을 가진 한국 국적자’다.
리아씨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의회 건물에서 열린 ‘입양인 평등을 위한 전국연대’ 발족식에 참석해 이같은 자신의 삶을 소개하고 “나는 미국을 위해 싸웠다. 미국은 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리아씨 같은 사람들이 많다. 1945년부터 1998년까지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이들 가운데 최대 4만9000명이 시민권이 없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한국 출신은 2만~2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입양 뒤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입양가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를 얻는 등의 이유로 시민권을 못 얻는 경우들이다. 입양부모가 의도적으로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같은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법이 미국에도 있긴 하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2001년, ‘외국에서 태어난 입양인이, 입양가정의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미국 시민일 경우’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소아시민권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 법은 제정일(2001년 2월27일) 기준으로 만 18살 미만의 입양 아동들에게만 적용됐기 때문에, 리아씨는 불과 몇달 차이로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리아씨처럼, 입양부모 사정 등의 이유로 시민권을 못 얻은 채 2001년 2월27일 기준으로 18살이 넘은 성인들이 수만명이라는 얘기다.
이 법의 허점을 보완하고자, 소아시민권법 제정 당시 성인이 된 해외 출신 입양인들에게 자동적이고 소급적인 시민권 부여를 주도록 하는 ‘입양인 시민권 법안’이 2016년부터 매 회기마다 발의됐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쳐 의회 통과에 실패했다. 올해에는 지난 5월 민주당의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이 발의해 14일 현재 공화당 16명, 민주당 14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상원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날 발족한 ‘입양인 평등을 위한 전국연대’는 바로 이 법안을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민간 단체들이 똘똘 뭉친 단체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대표 김동석)와 홀트아동복지회, 입양인권익캠페인(ARC)이 힘을 합쳤다. 이날 발족식에는 법안 발의자인 스미스 의원을 비롯해 랍 우달(공화당), 그레이스 맹(민주당), 길 시스네로(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더 많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원들과 접촉을 넓히는 한편, 민간인들을 상대로로 ‘시민권 없는 입양인’의 실태를 알리는 등의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수년간 실패해온 법안이지만, 이번에는 자신감이 있다고 한다.
한인유권자연대의 송원석 사무국장은 “이번에는 공화당에서 보수성향 모임인 프리덤코커스의 회장인 앤디 빅스 하원의원과 하원 공화당 정책위의장인 개리 팔머 의원 등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고 있어, 공화당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대한 많은 공동발의자들을 참여시켜 의회 내에서 청문회를 여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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