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4 19:41
수정 : 2006.05.25 12:02
고 이종욱 사무총장 제네바서 영결식…28일 서울로 운구
어린이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위해 지칠 줄 모르게 질병과의 싸움에 몸을 내던진 ‘위대한 사람’은 마침내 평화와 안식의 길로 떠나 전설이 됐다.
24일 낮 12시30분(한국시각 저녁 7시30분) 스위스 제네바 중앙역 부근에 있는 노트르담성당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192개 세계보건기구 회원국에서 온 1000여명의 조문사절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영결 미사가 치러졌다. 이 총장은 의식불명 상태이던 지난 21일 아내 가부라키 레이코의 뜻에 따라 가톨릭 영세를 받았다. 세계보건기구 장례로 거행되는 이날 영결 미사도 유족들의 바람에 따른 것이다.
장례식에는 이 총장의 아내 레이코와 아들 이충호(28·미국 코넬대 박사과정)씨, 누나 종원(71)씨, 아우 이종오 명지대 교수(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 유족, 아시아를 순방 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대신한 마크 맬럭 브론 유엔 사무차장, 안데르스 노르트스트롬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대행 등 외국 조문사절과 세계보건기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 유근영 국립암센터 원장,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 등 보건의료 단체장들과 손명세 대한의학회 부회장 및 정부 관계자, 제네바 주재 국제기구 파견관들, 교민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영결미사는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인의 유해가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가톨릭식으로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아들 이충호씨는 추모사에서 “어린시절 바쁜 아버지에게 ‘저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아버지는 ‘100% 사랑한다’고 답했다”고 회고했다. 유시민 장관은 조사에서 “그는 겸손한 사람이었고, 늘 아이들과 젊은이, 가난한 사람들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며 “그는 진정으로 (세상의) 변화를 추구했으며 귀중한 리더십이었다”고 말했다.
고인의 뜻을 기려 참석자들이 낸 헌금은 아내 레이코가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는 페루의 한 자선단체에 기부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보건기구 쪽은 전했다. 영결 미사장을 찾지 못한 숱한 세계인들도 보건기구 홈페이지에 추모 글을 남기며 고인을 애도했다.
한편, 신영수 서울대 교수와 손명세 연세대 교수 등 이 총장과 가까웠던 지인들은 이종욱 기념재단(가칭)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세계보건기구 사업에 호의적이었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자금을 지원받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국내 기업의 호응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해는 장례식 뒤 화장을 해 28일 오전 한국으로 옮겨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정부는 이 총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제네바/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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