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8 18:16
수정 : 2006.06.08 18:16
포괄적 핵 협상안 눈길…갈림길 선 이란 선택 주목
이란이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제안받은 포괄적 핵 협상안에는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허용’ 방안이 포함됐다고 <워싱턴포스트>와 <에이피(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이 27년 만에 이란과 직접 대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그동안 우라늄 농축 무조건 중단을 요구해오던 태도를 버렸다는 점에서 대이란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라늄 농축 허용은 중대한 돌파구’=<워싱턴포스트>는 7일 미국과 유럽 외교관들의 발언을 토대로,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과 독일이 오랜 협의 끝에 합의해 이란에 전달한 포괄적 인센티브 협상안에는 협상이 끝난 뒤 우라늄 농축을 수용하는 제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이 신문에 “이란이 신뢰를 회복한다면, 이란 정권은 자국 내에서 농축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이라는 것을 검증하고, 이란이 유엔 안보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으며, 이는 몇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과 핵기술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권리”로 강조해 서방 쪽과 평행선을 달려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새 제안은 중대한 돌파구로 평가된다. <에이피> 통신은 이란이 다자간 대화에 동의한다면 우라늄 농축의 전단계인 핵물질 변환작업도 계속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양보’도 포함됐다고 전해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방 국가 중 독일은 소규모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에이피>는 보도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이미 우라늄 농축 성공을 발표한 이란이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국제적 감시 아래 소규모 농축프로그램을 갖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4월11일 164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3.5%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으며 올해 안에 3천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 긍정적 반응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는 6일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에 이 협상안을 전달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핵 협상대표는 “협상안에는 모호한 점도 있지만 긍적적이고 진전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호응했다. 이 협상안에는 우라늄 농축 수용 외에도 경수로와 민간 핵기술을 지원하고, 미국의 경제제재를 완화해 항공기 부품과 농업기술을 수출하는 제안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 보수파들은 이란에 대한 ‘양보’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부시 행정부의 새 이란정책이 실패로 끝난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의 북핵 협상을 답습하려 한다는 비난이 보수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경수로 지원 계획은 “테러지원국인 이란에 핵기술과 물질을 수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는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부시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면적 관계 개선이라는 큰 그림은 놓치고 너무 핵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심은 ‘협상이나 제재냐’ 갈림길에 선 이란의 선택에 집중되고 있다.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예정된 6월말 또는 주요8개국회담(G8)이 열리는 7월15일까지 몇주 동안 치열한 ‘핑퐁외교’와 ‘시소게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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