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8 18:25
수정 : 2006.06.08 18:25
유엔 사무부총장 - 유엔주재 미국대사 ‘설전’
유엔 개혁 및 미국의 역할을 놓고 유엔과 미국이 전례없을 정도로 직설적 표현을 주고받으며 말싸움에 빠져들었다.
발단은 지난 6일 마크 맬록 브라운 유엔 사무부총장이 뉴욕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 연설이다. 맬록 브라운 부총장은 미국 정부와 언론이 ‘유엔 때리기’나 해서, 미국인들은 유엔의 긍정적인 역할에 깜깜하다고 불평했다. 특히 그는 미국 정부가 “유엔 비난 세력은 방관하면서도 유엔을 은밀히 외교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데는 열심”이라며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 정부가 국내 여론의 요구에 따라 ‘급진적’ 유엔 개조를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유엔분담금을 압박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출신 유엔 사무부총장의 공격에 발끈한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다음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한테 전화해 “1989년부터 당신을 알고 지냈는데, 내가 본 유엔 고위직의 최악의 실수”라고 항의했다. 볼턴 대사는 아난 총장에게 부총장의 발언을 부인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맬록 브라운의 발언은) 아주, 아주 중대한 실수”라며 “연설의 비난 대상은 미국이지만, 그 희생자는 미국이 아니라 유엔이 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난 총장은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연말에 함께 물러나는 부총장 편을 들었다. 스티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아난 총장이 “부총장 연설의 진의에 공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없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전 관련 인권문제를 종종 제기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왔다. 미국은 올해 출범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설립에 반대한 네 나라 중 하나다.
이본영 기자, 외신종합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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