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8 19:33
수정 : 2006.07.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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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 각료회의의 비공식 이벤트인 ‘갈라 디너’ 행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레바논과 북한 미사일 사태 때문인지 표정이 굳어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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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장기자랑’ 자리
한 ‘맘마미아’ 노래·춤 환호
일 ‘미래극’ 난해·산만 혹평
아세안지역포럼 ‘갈라 디너’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아세안지역포럼(ARF), 아세안 확대 외무장관 회의(PMC) 등 아태지역 협의체 회의에선 회원국 장관들이 ‘장기자랑’(갈라 디너)을 하는 게 전통이다. 절도 있고 세련된 발언만 일삼는 외교무대에서 각국 외교관들의 예술적 소양과 속내를 ‘비공개’를 전제로 드러내는 이례적인 행사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이스타나 호텔에서 27일 밤 12시까지 이어진 갈라 디너에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단연 주목을 끌었다. 주최 쪽은 그를 ‘스페셜 게스트’라고 소개했다. 하얀 점이 박힌 붉은 원피스를 입은 라이스 장관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연주하고, 이어 말레이시아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2중주를 했다. 라이스 장관은 브람스 소나타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의 하나”라고 밝혔다고 한다.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것 같지는 않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맨 마지막 순서인 러시아는 10분 넘게 연극을 했는데, 세계 지도에 온통 ‘아세안’이라고 적고 “(아세안에) 러시아는 공짜로 오이를 주고, 중국은 공짜로 인력을 주고, 미국은 라이스 장관을 보내줄 것”이라고 하는 등 아세안의 실리외교를 꼬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러시아를 부르지 않은 것을 비꼰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단은 스웨덴 팝그룹 아바의 노래 ‘맘마미아’를 소재로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상당수 참석자들은 “한국 대표단이 톱 3 안에 들 것”이라며 환호했다는 후문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긴장된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해 공연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마지막 순간에 무대에 올라 인사만 했다.
중국은 리자오싱 외교부장 등이 노래를 불렀는데, 다소 딱딱했지만 “당신이 중국이다”라는 구절을 되풀이하는 등 ‘애국적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한다. 일본의 아소 다로 외상 등은 로봇과 함께 2014년 동아시아정상회의를 미리 가보는 가상극을 했는데, 난해하면서도 산만했다는 평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아세안 대화상대 10개국에 들지 않아 공연에 나설 자격이 없어, 구경만 했다. 몸이 불편한 백남순 외무상은 갈라 디너에 불참했다.
쿠알라룸푸르/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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