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고령화·양극화’ 공통적 문제 인식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9~10일 이틀 동안 개최된 제2회 사회보장 국제포럼은 한·중·일 사회정책학자들의 학문 교류 장이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노인층 급속증가·빈부 세습화 등 공통 고민 토로
신자유주의·세계화 맞설 사회복지 개혁대안 제시

베이징 ‘사회보장국제포럼’

중국 베이징에서 최근 개최된 ‘사회보장 국제포럼’은 동북아 사회정책 교류의 장이다. 올해 주제는 ‘사회복지개혁과 발전’이었다. 한·중·일 3국과 대만·홍콩 등에서 60여 학자들이 참가해 5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동북아 사회복지 개혁의 현주소를 짚을 수 있는 포럼은 몇몇 한·중·일 사회정책학자들 사이의 개인적 교류에서 출발해 동북아 사회정책학자들 사이의 대표적 ‘학문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포럼은 중국인민대학에서 지난해 첫회에 이어 두 차례 열렸으며, 내년에는 ‘한국비교사회정책연구회’가 서울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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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와 고령화 등 공통의 도전에 직면한 한·중·일 세 나라가 복지 개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회보장 국제포럼’은 세 나라가 처한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성과를 국민들이 함께 누리는 ‘사회복지 사회화’로, 일본은 연금축소 등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내닫고 있다.

발전의 덫, 고령화와 양극화=세 나라가 같이 겪는 복지개혁 이슈 가운데 하나는 빈부격차 해소 문제다. 아직 뚜렷한 해법을 정부 당국에서 제시하지 못하는 점도 비슷하다.

한때 ‘1억 중산층 사회’를 노래했던 일본은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2년 현재 0.498(세후 지니계수 0.381)로 나타났다. 빈곤율도 1995년 8%에서 2005년 15.3%로 크게 올라 선진국 가운데 두번째다.

다케가와 쇼고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걱정은 이런 격차가 점점 세습화해 재생산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1980~90년대와 달리 비정규직과 저임금층이 크게 늘어나는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우즈하시 다카후미 도시샤대 교수는 “특히 젊은층 비정규직은 향후 일본 사회에서 큰 사회문제 요소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즈하시 교수는 “20~30대가 싼 임금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아직 큰 사회문제로 나타나지 않는 까닭은 부모의 소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이들이 40~50대가 되면 부모세대가 연금을 이들과 나눠 써야 해 두 세대 모두에게 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교수는 모두 “일본 정부가 기회의 평등을 말하지만 이런 사회적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없을 뿐더러 방안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국도 0.5%의 부유층이 전체 부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궁청 인민대 교수는 지니계수가 0.47로 치닫는 것으로 추정했다. 천인어 중남재경정법대학 교수는 포럼에서 “근년 들어 많은 노동자가 퇴직·실업으로 도시 빈곤층의 ‘예비대군’을 형성하고 있다”며 “경제 세계화가 중국의 빈곤 문제를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 나라의 또다른 핵심적 공통 이슈는 고령화 문제다. 일본은 2006년 세계 처음으로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은 초고령 사회에 이미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2035년에는 고령화율이 31%, 인구 3명당 1명이 65살 이상 노인이 된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이란 ‘이중의 충격’을 겪고 있다.

중국도 빠르게 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우위페이 중국 민정부(빈곤과 재해 문제를 맡고 있는 정부부처) 부부장은 포럼에서 “중국은 지금 60살 인구가 1억3200만명(65살 인구는 1억여명)으로 전체의 11%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중국인민대학의 정궁청 교수는 2020년이면 이 인구는 2억5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역시 현재 65살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은 9.3~5%에서 2018년 14%, 2026년에는 20%가 될 것으로 추정돼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가는 중이다.

태풍의 눈, 복지개혁?=일본은 저출산·고령화에 맞서 연금 축소와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 강화 등는 신자유주의적 사회복지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다케가와 교수는 “이런 개혁이 저출산·고령화에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도리어 지니계수가 0.4에 이를 정도로 불평등을 크게 높아지게 했다”며 “이런데도 정부는 (격차에) 아직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후에 받는 연금액수를 줄이는 신자유주의적인 연금개혁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며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금개혁에 대해 다케가와 교수는 연금 불신을 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슈렌 중국 전국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포럼에서 “1억3천만명의 노인, 6천만명의 장애인, 6억명의 여성, 3억명의 어린이를 위해 사회복지의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발전의 성과를 전체 국민이 함께 누리는 ‘사회복지의 사회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에서 중국은 양극화 해결을 위해 이른바 ‘삼무계층’(무노동능력, 무법정부양인, 무생활소득의 노인·장애인·미성년)한테 기본적인 생활 및 서비스를 보장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양로보험(연금보험) 가입 인구가 전체 경제활동 인구 7억명 가운데 1억3천만명 정도에 그쳐 양로보험 가입자 확대 등 복지 확충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한국 역시 연금 등 복지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조 발제에서 “여전히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율은 6.1%(2005년 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가장 낮고, 지출 구성도 낮은 수준의 현금급여에 편중돼 있다”며 “지속 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를 이루자면 사회 서비스 확충을 통한 보편주의적 복지국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글·사진 이창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