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0 18:54
수정 : 2006.10.20 18:54
|
마호메트 빈 다엔 알하밀리 아랍에미리트 석유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마호메트 바킨도 오펙 사무총장 대행(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이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오펙 석유장관 회의에서 석유 감산을 논의하고 있다. 도하/AP 연합
|
11월부터 하루 120만배럴…추가감산도 거론
고유가 맛들인 산유국들 ‘유가하락 ’ 저지 총력
유가 방어에 나선 석유수출국기구(오펙)가 감산 카드를 본격적으로 빼들었다. 고유가로 ‘입맛’이 높아진 오펙 회원국들은 예상보다 큰 감산에 합의한 데 이어 추가감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라크를 제외한 오펙 10개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19일 밤(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 모여 11월부터 하루 120만배럴 감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2004년 2월 이후 32개월만의 감산 합의다. 애초 100만배럴 감산이 거론됐고, 감산 기준이 회원국들의 총 생산쿼터인 2800만배럴이 아니라 실제 생산량인 2750만배럴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주부터 공식화된 감산 소식에도 뛸 기미가 안보이던 유가는 이 발표 앞뒤로 뉴욕상업거래소 등에서 소폭 반등했다.
오펙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이라는 알리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유가가 계속 ‘균형’을 잡지 못하면 12월에 추가감산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럴당 60달러가 ‘저지선’이라고 덧붙였다.
유가는 7월 중순 80달러대를 넘보다 그 이후 25% 가량 곤두박질쳐 현재 50달러대 후반을 맴돌고 있다. 오펙이 유가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미국 석유 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고, 선진경제권 석유 소비가 20년만에 줄 것이라는 소식에 자극받은 탓이다. 하지만, 3~4년 전만 해도 30달러대에 만족하던 산유국들이 60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데는 ‘위기감’보다는 ‘상대적 고통’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앉은 채로 돈방석에 앉은 산유국들에게 유가 하락은 ‘금단 증상’으로 이어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복지비 지출과 왕실 운영을 위해 고유가를 추구한다며, 현재 기준으로 최소 38달러대 이상에 재정규모가 맞춰져 있다는 현지 은행 분석을 전했다. 2010년에는 60달러가 돼야 국가재정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쿠웨이트는 국민들한테 현금을 줘가며 고유가를 즐기는 나라다. 미국에 맞서는 이란은 협상력 유지를 위해서도 고유가가 필요하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는 지정학적 무기”라고 말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올해 국방비를 30% 증액해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오펙 회원국은 아니지만 최대 석유생산국인 러시아는 내년 예산을 25% 늘리며 국방비도 30% 증액하기로 했다. 공무원 월급도 크게 올리기로 했다. 이런 예산 증액은 배럴당 61달러의 유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