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이 8일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를 만나 악수를 건네고 있다. 뮌헨/AP 연합
|
“폴란드·체코 기지건설 보류…대화 확대” 밝혀
양국 핵탄두 감축도 추진…신냉전 해소 ‘손짓’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미국-러시아 사이에 신냉전을 촉발시킨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한 타협을 시사했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지난 몇년간 러시아와 (나토) 동맹국간의 관계가 위험하게 표류해왔다” “지금은 리셋(재조정) 버튼을 눌러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많은 분야를 다시 논의할 때”라고 말해, 러시아와의 화해와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신냉전의 도화선이 된 엠디 계획 추진과 관련해, 그는 “이란의 점증하는 능력에 대응해 미사일방어체제를 계속 개발해나갈 것”이라면서도 “기술이 입증되고 비용이 효율적일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타협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이든 부통령을 수행중인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폴란드와 체코에 설치하려던 기지 건설을 보류하고 (미-러간) 대화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입장이 엠디 계획 재검토 쪽으로 돌아섰음을 내비쳤다.
유럽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새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이날 연설에 앞서, 전문가들은 바이든 부통령이 엠디 전면재검토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압력을 받고있는 키르기스스탄이 자국 내 미군기지 폐쇄를 발표한 지 사흘만에 엠디 재검토를 발표하는 것은, ‘양보’나 ‘굴복’으로 비쳐질 수 있어 ‘시사’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 등 언론들이 해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밖에도 오는 12월말 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과 관련해 미-러 양국의 핵탄두를 1000개 수준으로 감축하는 협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는 회의 연설을 통해 “미국이 엠디 계획을 재검토한다면 러시아는 폴란드 국경에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부통령과 이바노프 부총리는 이번 주말 뮌헨에서 따로 만나 양국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러시아 하원(두마)의 콘스탄틴 코사체프 국제관계위원장은 “미국의 새로운 입장은 엠디 문제를 포함한 많은 문제에 대해 합의를 쉽게 만들 것”이라며, 바이든의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러시아와 관계 재정립에서 물러서지 못할 선은 분명히 그었다. 그는 ‘러시아의 영향권’이란 개념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그루지야 내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의 독립국가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나토의 확장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라들과는 깊은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과의 대화’ 공약을 재확인하며, 이란에 대해 “고립과 인센티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아프간전에 대한 나토동맹국들의 기여 확대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