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20 20:58
수정 : 2009.09.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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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숨가쁜 외교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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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유엔총회·G20 회의 등 행사 참석
부시와 차별화한 외교방식 보여줄지 관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워싱턴에서 비행기로 불과 한 시간 떨어진 뉴욕으로 이동한다. 가까운 국내 여행이지만, 본격적인 외교 시험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유엔총회,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동 평화협상, 중국·일본·러시아와의 정상회담 …. 21일부터 닷새 동안 오바마가 참석하거나 주최하는 외교 주간의 행사 목록이다. 하나같이 녹록지 않은 국제 현안들이 걸려 있다. 이 때문에 <에이피>(AP) 통신은 20일 “‘세계를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임기 첫해의 단호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몇달 동안 의료보험 개혁 등 국내 이슈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던 오바마는 이제 어려운 외교 현안들에 맞닥뜨려야 한다. 변화에 대한 그의 약속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테드 트루먼은 19일 “지금 오바마의 위상은 지난 4월 런던(G20)에 있었던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오바마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절대적인 우호 분위기 속에 처음 국제무대에 섰던 때와 달리 이제 냉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짧은 기간에 다뤄야 할 현안들은 너무 많다. 한 번에 풀어야 할 과제들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든 진전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를 오바마는 안고 있다. 부시 행정부와는 다른 ‘다자주의’ ‘국제 협력’ ‘미국의 국제사회 책무 성실 이행’ 등 그가 제시한 변화의 원칙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의지와 방안을 보여줘야 한다. 문제는 이번주 오바마가 맞이할 외교 현안들이 모두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거나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놓였던 골치 아픈 사안들이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만 해도 큰 난제다. <에이피>는 “의료보험이란 국내 의제에 소진된 오바마가 이제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더 많은 힘을 쏟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좀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중동 평화협상, 안팎으로부터 비난이 커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지원 확보 등은 단기간에 풀어낼 수 없는 과제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오바마에게 쏠린 기대가 충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동시에 기회들도 분명 존재한다. 어쨌든 지난 8년과는 다른 미국의 변화된 태도가 현안 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지구적 차원의 금융규제 강화와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오바마는 24일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정상급 회의를 주재하면서, 새로운 핵 비확산 체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4월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그린 프라하 선언의 후속 조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오바마가 23일 그의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안을 국제사회와 함께 풀겠다는 뜻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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