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1 20:33
수정 : 2009.12.1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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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선진 개도국 초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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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통신]
미·일·유럽 비밀모임 뒤 중국·인도·브라질등 몰래 만나
선진국 탄소감축량 확대 요구…국가별 분열상 드러나
유럽연합(EU)이 코펜하겐 기후변화 총회를 겨냥한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3년 동안 모두 72억유로를 빈국을 위한 신속 지원금으로 내놓기로 합의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24억유로를 내놓기로 했다. 이 돈은 유럽연합을 포함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기후변화로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빈국에게 해마다 지원하기로 합의한 70억 유로 가운데 일부가 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로 빈국들을 위해 돈을 갹출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분담액수를 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유럽연합은 이 합의로 미국과 일본 같은 다른 선진국들에게도 지갑을 열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이 각각 얼마를 분담할 지는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다. 영국은 3년동안 15억 유로 이상을 내놓겠다고 했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해마다 4억2천만 유로씩 내기로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 약속이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 국가들이 필요로 했던 일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약속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유럽연합이 내놓겠다고 한 72억유로 가운데 일부는 이미 예전에 내기로 약속한 금액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금액이 너무 적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 10일 ‘헤지 펀드의 대부’조지 소로스는 “2012년까지 해마다 빈국에 지원하기로 선진국들이 합의한 70억 유로라는 액수는 금융위기 때 선진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부었던 천문학적 금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는 빈국들이 2020년까지 필요로 하는 1000억 달러를 앞으로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더욱 풀기 힘든 숙제다.
한편, 코펜하겐 기후변화 총회는 선진국과 선발 개발 도상국, 빈국으로 나눠지는 철저한 국제정치 각축장이 되고 있다. 10일 프랑스 <르몽드> 인터넷판은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4개국이 선진국에 탄소배출 감축량을 앞으로 8배 늘릴 것을 요구하는 내용에 합의한 협상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에는 선진국들에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의무 감축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선발 개도국 자신들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감축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하기로만 했다. 이보다 앞서 덴마크가 주도가 된 선진국들이 선발 개도국들에게 탄소 감축 의무를 명시하도록 하자고 비밀 합의한 초안이 공개된 바 있다. 선진국과 선발 개도국이 따로 미리 협상 시안을 마련한 사실은 이번 총회의 분열상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러면서 개도국 사이 갈등 조짐마저 보인다. 기후변화로 나라 전체가 사라질 위기인 투발루는 지난 9일 코펜하겐 회의장에서 “앞서가는 선발 개도국도 교토의정서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탄소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중국 등이 거세게 반대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사실이 극명한 예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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