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6 19:41
수정 : 2009.12.16 23:26
[코펜하겐 통신]
15일 오전 벨라센터 기자회견장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동안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세계 언론과 국제기구에서 높은 평가를 해 왔다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애초에 계획에도 없던 ‘코펜하겐 4대강 홍보’는 실효성은 고사하고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유엔환경계획이 녹색성장의 모범사례로 소개했다”고 선전해 왔지만 정작 코펜하겐의 기자회견장은 이런 세계적 ‘명성’과는 달리 썰렁한 분위기였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협상 결과를 브리핑할 때 수십~수백명의 언론인이 모여 열띤 질문공세를 퍼붓는 기자회견장엔 네댓명의 외국 언론인이 참석했고, 이보다 많은 수의 한국 언론인이 지켜봤을 뿐이다.
동영상과 슬라이드에는 한글 제목이 눈에 띄어 급히 만들었음을 짐작케 했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은 “4대강 사업으로 인류 공통의 과제인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기자들을 설득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캐나다의 한 기자는 “한국도 이제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개도국이라기보다 선진국 아니냐”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뉴질랜드의 한 기자는 4대강 사업이 어떻게 기후변화 효과를 누그러뜨리는지 궁금해 했지만 분명한 답을 얻지 못했다. 김승겸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해외홍보전문관은 기자회견 뒤 한국 기자들에게 “4대강 주변에 녹지를 확충하기 때문에 공사가 완료된 뒤 15년 동안 해당 지역의 온실가스 방출량이 30% 줄어든다”고 궁색하게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장 앞에서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녹색세탁”이란 펼침막을 내걸고 4대강 사업이 왜 녹색이 아닌지를 홍보해, 오히려 회의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은 세계의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드러났다.
독일의 지속가능발전 두뇌집단 저먼워치와 유럽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15일 발표한 기후변화 성과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인 57개국 가운데 41위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성과 지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추세,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을 전문가 설문 통해 해마다 평가하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증가추세에서 ‘매우 나쁨’, 배출수준에서 ‘나쁨’, 정책에서 ‘좋음’ 평가를 받아 지난해와 순위변동이 없었다.
이번 조사에서 브라질은 줄곧 수위를 차지해 온 스웨덴을 누르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상위권엔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가 뒤를 이었다.
기후변화 법이 상원을 통과하지 않은 미국은 53위로 중국(52위) 오스트레일리아(57위), 캐나다(59위)와 함께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높은 증가추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유엔 기후협상 방해해 정책 면에서도 낙제점을 받아 최하위로 평가됐다.
일본은 지난해 43위에서 ‘좋음’ 등급인 35위로 뛰어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나쁨’ 평가를 받은 나라는 핀란드, 터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이다.
코펜하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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