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24 20:28
수정 : 2013.09.25 08:33
“미-이란 관계 정립 초석 될것”
외교장관들 34년만에 만나기로
양국 정상도 오찬 회동 가능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유엔총회(68차) 연설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과 직접 협상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처음으로 회동을 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조우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총회 연설에서 “케리 장관에게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 쪽과 직접 협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새 이란 정부가 타협적인 언사를 내놓은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라며 “(협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말뿐이 아니라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 이란은 오랜 불신의 세월을 보냈다”며 “하루아침에 불행한 역사를 청산할 순 없겠지만, (협상을 통한 핵 문제 해결은) 상호 신뢰와 존중에 바탕한 새로운 양국 관계 정립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케리 장관과 자리프 장관이 26일 뉴욕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만남은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외무장관 회의의 일환이다. 다른 나라 장관들과 함께 만나는 것이긴 하지만, 두 나라 외무장관이 회동하는 것은 34년 만에 처음이다. ‘P5+1’과 이란의 핵협상은 올해 4월 결렬된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의 조우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3일 뉴욕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정된 계획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이란과 다양한 수준에서 관여하는 데 열려 있다”고 말해 여지를 뒀다. 두 대통령이 만난다면 2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주최로 각국 지도자가 참석하는 오찬 장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편,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은 23일 영국 <가디언>에 기고문을 보내 “이란 최고지도자의 분명한 공개적 지지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핵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현안을 서방 세계와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하타미 대통령 시절인 2003년 10월~2005년 8월 이란의 핵협상 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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