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06 19:31
수정 : 2014.02.0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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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라이엇의 멤버 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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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판 공연으로 옥살이
러 여성록그룹 ‘푸시 라이엇’
앰네스티 인권공연위해 방미
“소치올림픽 세금훔쳐서 치러”
러시아 여성 펑크록그룹 ‘푸시 라이엇’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가 개최하는 인권 공연에 참여하려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푸시 라이엇의 멤버 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24·오른쪽 사진)는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신(오바마)이 다음에 러시아를 방문하면 그곳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와 관련한 생각을 두려워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멤버인 마리야 알료히나(25·왼쪽)는 소치 겨울올림픽 때문에 미국인들이 러시아에 환상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세금을 훔쳐 올림픽을 치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시 라이엇은 2012년 2월 모스크바의 러시아정교회 사원에서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공연을 펼쳤다. 이로 인해 단원 5명 중 톨로콘니코바와 알료히나가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이들은 자신이 석방된 이유가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서구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감옥에 있을 때 서구인들이 편지를 보내 성원한 게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톨로콘니코바는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심지어 투옥된 사람에게도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것은 연대와 공감대”라며 “그런 느낌은 두터운 감옥의 벽조차 뚫고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뉴욕 타임스> 논설위원들과 한 인터뷰에서 정계에 뛰어들 것임을 시사했다. 이들은 정계 진출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한테 매우 흥미로운 기회일 것이고, 아마도 그걸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페미니즘과 동성애자 권리 신장, 감옥 처우 개선, 러시아 정치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푸시 라이엇의 기자회견 뒤 미국과 러시아의 유엔 대사가 이 문제로 신경전을 펼쳤다. 미국의 서맨사 파워 유엔 대사는 5일(현지시각) 푸시 라이엇을 만난 뒤 “그들에게 감옥이 두렵지 않으냐고 묻자 아니라고 했다. 감옥은 인권의 현장”이라고 트위트를 올렸다.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유엔 대사는 “푸시 라이엇은 세계 순회공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파워 대사가 푸시 라이엇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 초청해 공연하게 하길 바란다”고 비아냥 섞인 반격을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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