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바람 기대에 세대교체 논쟁까지 특히 후지산케이에서 낡은 극우 이념을 짜내버리겠다는 호리에는 자민당 우파들에겐 위험인물 ‘0순위’다. 호리에는 얼마전 주간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후지산케이의 이념 노선은 “돈이 안된다”며 극우 세력의 ‘확성기’인 〈산케이(산업경제)신문〉은 순수 경제지로 바꾸고, 왜곡 역사교과서를 펴낸 〈후소사〉는 엔터테인먼트 잡지 발행에 주력하도록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런 기득권 세력과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 호리에는 △현행 법의 빈틈인 시간외 거래를 활용해 주식을 대량매수한 점 △외국 증권사의 자금을 끌어다 쓴 점 △인수대상이 공공재인 언론이라는 점 등 약점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호리에 지지가 우세하다. 최근 〈아사히 텔레비전〉 여론조사에서 호리에 지지 응답이 46%로 반대(32%)를 웃돌았다. 여기에는 호리에가 일본인의 일반적 정서에 비춰 너무 저돌적이지만 정체된 일본사회에 새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한 민영방송 회장은 한번도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적이 없는 호리에의 태도를 “극히 몰상식하다”고 비난하면서도 “대국적으로 보면, 기성 권력에 맞서는 자세가 구체제를 부수고 활력을 가져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호리에를 둘러싼 찬반론은 세대교체 논쟁과도 겹쳐진다. 그러나 앞의 여론조사에서 호리에 지지가 가장 높은 연령층은 뜻밖에도 50대로 60%를 넘었다. 고도성장의 주역이었던 단카이(단괴)세대(전후 베이비붐 시대 출생자들)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본사회의 탈출구에 대한 열망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호리에는 이번에도 실리를 챙기는 데는 실패할지 모른다. 그는 지난해 프로야구 리그통합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백기사’로 야구팬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으나, 정작 새 구단은 ‘덜 공격적인’ 인터넷업체 라쿠텐에게 넘어갔다. 호리에가 경영 철학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인맥이 없으면 출입 자체도 거부하는 고급 요정이나 다름없는 일본의 담합형 자본주의를 창조적으로 파괴한 인물로 기록될 전망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