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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3 21:26 수정 : 2005.03.13 21:26

경제·군사력 내세워 ‘동아시아 야심’
일본내 건전 시민세력과 연대 중요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일본 우익들의 ‘공세’가 1930∼40년대 대동아공영론의 재현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학자들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극단’까지 치달은 상태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새로운 패권논리의 등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왕현종 연세대 교수(역사문화학과)는 “90년대 이후 일본이 ‘동아시아 경제공영권’ 구상을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며 “이는 동아시아 경제공영권을 주도할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 및 패권에 대한 집착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대동아공영론은 패권주의 국가전략의 ‘이념적 합리화’를 목표로 삼은 일본 학계의 활발한 논의 끝에 탄생했다. 이와 관련해 왕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대회에서 일본 학자들이 한·중 학자들을 상대로 ‘식민지근대화론’을 강조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21세기판 대동아공영의 이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과거 대동아공영의 이상을 ‘미화’하려는 학술적 시도는 이미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2005년도판 후소사 역사교과서가 “일본의 식민지배가 조선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여러 곳에서 기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신주백 서울대 책임연구원(사회발전연구소)은 “적어도 대외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보자면, 최근 일본 우익의 주장은 대동아공영권의 재현이자 변형”이라고 말한다. 과거 대동아공영론은 미국·영국의 ‘백인 제국주의’를 적대시하고, 중국을 ‘동양적 전제국가’로 폄하하면서,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방위를 주창했다. 오늘날 일본 우익들은 중국을 적대하면서, 북한을 ‘폐쇄적 전근대국가’로 낮추고, 일본의 패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게 잘못된 거야” 국회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모임과 과거사 청산을 위한 의원모임 등이 국회도서관 2층 전시실에서 지난 11일부터 열고 있는 ‘소리없는 전쟁 일본의 역사왜곡을 말한다’ 전시회를 찾은 한 어린이가 일본의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이종찬 기자


그 배경에는 일본 사회 내부 문제가 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사회복지 후퇴, 거품경제 붕괴, 분자화된 사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일본의 역량이 한계에 부닥쳐, 그 긴장과 모순이 대외관계를 통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빌미삼은 우익세력들은 ‘국민’이 형성되지 못해 일본이 무기력에 빠졌다며, ‘영광스런 역사’의 재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 내부의 ‘결’을 세심하게 봐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한국학)는 “일본에도 양심적 지식인이 많이 있다”며 “우익들도 과거와 같은 군사적 영토확장을 섣불리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오히려 부시 미국 행정부와 일본 우익의 지향이 맞아떨어지는 측면을 봐야 한다”며 “일본 우익들이 ‘중국 봉쇄’라는 미국의 동북아정책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민철 실장은 “독도처럼 영토적 문제를 강하게 부각시키면 한·일 시민사회에서 ‘이성’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진다”며 “건전한 일본 시민세력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한국 시민사회가 ‘외부 자극’을 통해 제구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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