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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6 18:33 수정 : 2005.03.16 18:33

미 기업역구소 연구원 “북·중 겨냥 MD등 관심 멀게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미-일 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의 주의를 분산시킴으로써 대중국 전략으로서는 대단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최근 일본 등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파 성향 미국기업연구소의 대니얼 블루멘털 연구원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미-일 동맹의 부활’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를 매년 참배하겠다는 자신의 선거공약이 중-일 관계에서 마찰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며 “이후 그는 이런 역사적 상징을 둘러싼 논란이 일본의 대중국 전략에서 일어나는 훨씬 중요한 변화에 대한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는 데 기여할 것임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국방부 국제안보국 중국부장을 지낸 블루멘털의 논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가 2001년 8월 처음 야스쿠니를 참배한 뒤부터 중국 정부의 공식성명과 언론 보도는 야스쿠니 문제에 과도하게 주의를 집중했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와 중국 고위관계자들의 만남도 모두 이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이 정상간의 양국 왕래를 중단시킨 것은 야스쿠니 문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바로 이런 상황이 고이즈미 총리의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블루멘털은 강조했다. 중국의 지도부가 이런 상징적 이슈에 골몰해 있는 동안 정작 본질적 문제인 일본 군사태세 재편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고 훨씬 적은 비난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동맹의 강화를 앞세워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는 등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북한·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를 도입하며 △주일미군의 작전범위를 아시아에서 중동까지 넓히는 주일미군 재편작업을 추진하는 것 등이 상대적으로 ‘등한시된’ 사안들이다.

그는 중국 정부가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 때리기’가 끓어넘치도록 방치한 것은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2004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 때 중국 축구팬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중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상을 훨씬 부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이로 인한 일본내 정치적 분위기의 변화는 결국 고이즈미 총리가 중국에 대해 더욱 대담한 조처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블루멘털은 이런 관점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대중국 정책에서 아킬레스건(약점)인 역사문제를 정치적 강점으로 교묘하게 바꿨다”며 “이런 전략으로 대중적 지지 확보와 중국의 압력 회피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일 동맹 유지를 위해 일본의 독자적 전략 관심사에 대한 인식과 지지를 넓히고, 일본이 더욱 적극적인 방위태세로 나아가도록 끌고 가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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