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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18:31 수정 : 2005.03.17 18:31

■ 일본정부 반응

17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새 대일 독트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은 차갑다. ‘시마네현 조례 제정이 과거 침탈을 정당화한다’는 등 일본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한 불쾌감도 엿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사실 오인이 있으면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평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냉정한 대응’만 되풀이해 촉구해온 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 쪽이 일제의 식민지 침략으로 독도의 영유권을 빼앗긴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니, 이 부분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본회의에서 2월22일을 `독도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한 16일 오후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시마네현 중심도시 마쓰에 시내에서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쯔에/연합


예상밖 대응엔 불쾌한 기색…“안이했다” 자성도
고이즈미 ‘미래지향’강조…정면충돌은 피할듯


일본 정부의 이런 기조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나름의 노력은 하겠지만 독도 영유권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지금도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공식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선 우파 언론을 중심으로 한 국내의 비판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이날 사설을 통해 독도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계속 침묵하는 식의 ‘무사안일주의’는 곤란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국 쪽의 대일감정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왜곡 역사교과서의 검정·채택 문제 등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현재로선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일본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한국 쪽의 반발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는 기본 방침을 접고 정면대응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이날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호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감정적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염두에 두는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이번 상황을 다뤄야 한다”며 “(다뤄야 할) 역사적 이슈들이 있지만 우리는 과거에 발목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정면 충돌을 피했다.

정부나 자민당에선 이런 식의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일본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사태가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독도 문제는 양국의 주장이 확실하게 엇갈리는 사안이어서 애초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에 대한 한국의 반발이 ‘일과성’에 그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가볍게 여기고 지방의회가 하는 일에 중앙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방관했다가 왜곡 역사교과서 문제와 맞물려 한국 쪽의 반일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실제 외무성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마네현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으나 역사 문제가 아니라며 묵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성 한 간부는 “이른 단계에서 조례 제정 움직임을 막을 궁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각료 출신의 자민당 의원도 “정부가 독도 문제를 방치해 왔다”고 비판하며, “북-일 외교가 교착된 상황에서 한국을 자극하는 조례 제정이 나온 것은 시기적으로 최악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일 양대 신문 사설은?

독도에 대한 일본 쪽 시각은 한국 쪽과 판이하며, 일본 내에서도 다른 시각들이 존재한다. 일본 양대 신문인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17일치 사설을 요약 정리한다.

◇ <아사히> 다케시마-한국의 여러분에게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가결해 한국은 큰 소동이 일어났다. 일본인도 될수록 소동이 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만, 친애하는 여러분에게도 제발 냉정하게 생각해 주십사 하고 부탁드리려 펜을 잡았다.

여러분은 저 섬을 ‘독도’라고 부르며 한국 영토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를 편입한 100년 전은 일본의 한국병합 길이 열린 해다. 그래도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일본이 다케시마 영유를 주장하는 것은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 역사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싸움은 적당히 해두고 양국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지혜를 짜내자. 40년 전의 역사적인 국교정상화 때에도 영유권 문제는 밀쳐두지 않았는가?

여러분의 정부는 반세기 전부터 섬에 경비대를 두고 실효지배해 오고 있다. 일본 쪽에겐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양국관계를 생각해서 참을 수 있었다.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자위대가 들어가 섬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업이다. 일-한 양국은 6년 전 잠정수역을 설정해 공동관리하는 묘안을 짜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본 어민이 한국 어선에 압도당해 생각처럼 어업을 할 수 없다. 이번 조례에는 그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다케시마 문제를 일-한이 서로 생각을 맞춰가는 소재로 삼아보자.

◇ <요미우리> ‘다케시마의 날’ 무사안일주의로는 안 된다

시마네현 의회가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의 제정을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100년 전 이날, 현의 고시에 의해 독도는 시마네현에 편입됐다. 전후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가 반세기 이상 계속되고 있다.

조례에는 ‘다케시마의 날’ 제정 이유가 영유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것으로 돼 있다.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고유의 영토인데도 많은 일본인이 무관심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관점에선 부당한 트집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쪽, 특히 정부와 언론이 냉정해지기를 촉구한다.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발단은, 1952년 한국 정부가 공해상 해역의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이승만 라인을 설정하고 그 안쪽에 독도를 포함시킨 데 있다. 90년대 후반, 유엔 해양법조약의 발효에 따라 200해리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설정할 필요가 생겼을 때도, 두 나라는 영유권 문제는 접어놓고 독도 주변에 공동으로 관리하는 잠정수역을 만드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잠정수역에서 어업질서가 아직도 확립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주요 어장은 한국 어선이 마음대로 점거해 일본 어선은 내몰린 상태다. 한국 정부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잠정수역의 조업질서를 결정하는 정부간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빨리 정부간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시마네현 쪽은 정부 안에 독도 문제를 관장하는 조직을 만들고, 학교 교육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도록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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