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1 17:00
수정 : 2019.11.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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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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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 토플 등 영어시험 성적 도입 계획
대도시 거주 부유층 자녀에 유리 비판 잇따라
“분수에 맞게 하면 되지” 발언 하기우다 문부상,
뭇매 맞자 “준비 상황 충분하지 않아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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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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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 조장 논란을 일으킨 대학입시 민간 영어시험 성적 활용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이 “분수에 맞게 노력하면 된다”는 발언을 해서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일단 불 끄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1일 “경제적 상황이나 거주하는 지역과 상관없이 똑같이 안심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배려 등 준비상황이 충분하지 않다. 내년도 도입은 보류하고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민간 영어시험 성적의 대학 입시 활용은, 수험생이 대학 입시 영어 과목 성적을 토익 같은 민간 영어시험 성적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 배경에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센터시험을 ‘대학 입시 공통 테스트’로 개편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대학 입시 공통 테스트는 객관식인 센터시험과 달리 서술형 문제가 추가되고 영어 성적을 토플 등의 민간 영어시험 성적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영어도 기존 센터시험과는 달리 민간 시험을 통해 ‘말하기’ ‘쓰기’ 능력도 측정하자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다. 민간 영어시험 성적은 고등학교 3년 4월부터 12월까지 시행하는 시험 성적 중 2개를 골라 제출할 수 있다.
문제는 시험 자체는 여러 번 치를 수 있지만 시험장이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응시료가 비싸 대도시에 사는 부유한 가정 자녀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단계적 실시 예정이었던 민간 영어시험 성적 도입에 대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재고 요청을 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 발언은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 24일 위성방송인 비에스(BS) <후지 티브이(TV)>에 출연해 “유복한 가정의 아이들이 여러 번 (시험을) 쳐서 워밍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기 분수에 맞춰 두차례 제대로 노력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아베 정부는 지난 9월 11일 개각 뒤 두 달도 안돼 각료 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등으로 사임했다. 민간 영어시험 성적 도입 파문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은 아베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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